[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우리나라의 급격한 고령화가 재정지출의 경제성장 효과를 빠르게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일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의 재정지출 성장 효과에 대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 인구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식별된 재정지출 충격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효과가 5.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거시재정팀이 구조모형을 구축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기본 모형 대비 고령층 가계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는 경우 2년 후 누적 재정승수가 0.78에서 0.73으로 하락했다. 재정승수는 재정지출을 1단위 늘렸을 때 GDP가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재호 한국은행 거시재정팀 과장은 “재정지출 성장 효과가 6% 정도 감소한다는 의미”라며“실증분석 결과와 대체로 일관성이 유지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인구 고령화는 노동 공급 감소, 고용의 질 악화, 소비성향 둔화 등을 통해 재정정책의 성장 효과를 약화한다고 전했다. 특히 기본모형에서 비전문직종에 근무하는 고령층 가계가 모두 전문직종에 근무하는 것으로 가정해 ‘반사실적 실험’을 진행한 결과, 재정승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주로 언급됐던 노동 공급 감소, 소비성향 약화 채널이 아닌 고용의 질 악화 경로도 재정지출 성장 효과를 약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과장은 “우리나라는 향후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지출의 성장 효과가 빠른 속도로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재정지출을 통해 고령화 이전과 같은 정부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정지출이 소요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구 고령화로 인한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재정부담이 크게 증대되는 가운데 재정지출의 성장 효과마저 감소하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 여력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