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대형은행 23곳 중 16곳 "올해 경기침체"
대형 은행 다수 "3·4분기에 금리인하 시작할 것"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미국 월가 대형은행들이 경기침체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월가의 대형 은행들이 올해 또는 내년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상했으며, 이코노미스트 3분의 2 이상은 올해 경기침체가 닥칠 것이고 내다봤다. 아울러 경기침체 주범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은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피벗(pivot·방향 전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2일(현지시간)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개 대형금융기관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70%에 해당하는 16개사가 "올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나머지 2개사는 내년 경기침체를 전망했다.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답한 금융기관은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HSBC,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 5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 5개사가 제시한 미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0.5%에 그쳤다. 이는 미국의 2012∼2021년 평균 성장률 2.1%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번 설문조사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TD증권, UBS그룹, 바클레이스 등 대형기관들을 포함한 프라이머리 딜러(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공인한 국채 딜러)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올해와 내년 경기침체를 예상한 응답을 더하면 미국의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응답자는 전체의 78%에 이른다. WSJ은 "대형 은행들은 경기 침체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예측하다"며 위험 신호로 저축 감소, 부동산 시장 침체, 금융권의 대출 기준 강화 등 요인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기침체를 불러온 주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연준을 지목했다. 실제 연준은 작년 한 해 동안 총 7차례에 걸쳐 미국의 기준금리를 0~0.25%에서 4.25~4.5%로 올렸다. 또 연준은 새해에도 5~5.5%까지 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WSJ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을 버티게 해준 저축도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연준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 정부 지원으로 초과 저축액이 2조 3000억달러까지 증가했지만, 지난해에는 1조 2000억달러로 절반가량 감소하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또 대부분 이코노미스트는 잇따른 긴축 등 여파로 미국 실업률이 작년 11월 3.7%에서 올해 5% 이상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미국의 경제 수축을 예상한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 강도에 대해서는 가볍거나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 대형 은행들이 연준이 올해 1분기까지 기준금리를 올리고, 2분기 중 금리 인상을 멈춘 뒤, 3분기 또는 4분기에 금리인하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의 방향 전환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 미국 증시와 경제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