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가능성 커져…"거대 양당서 제3지대 모색하는 힘 만들어질 것"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공식 언급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중대선거구제' 개편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거대 양당이 스스로 기득권을 버리고 선거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4일 <매일일보>와 인터뷰를 한 전문가들은 여권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중대선거구제 개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또 개정을 하더라도 여러 제도들과의 조화성과 정치적 안정성 문제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을 개정하려면 국회의 최소 과반이 필요하고 그 말은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면서 "사실 지금 이런 이야기(중대선거구제 개편)를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국회의원들이 자기들한테 불리한 방식으로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대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우리의 권력 구조 문제와도 결국은 깊이 관련이 있다. 정당체계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굉장히 복잡한 문제고, 개별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깊이 물려있기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안에 해결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복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선거법 개정 전 제도의 조화성과 효과성, 정치적 안정성 문제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했을 때 정치 양극화가 해소될 것인지가 가장 핵심"이라며 "대통령제 속에서 다당제가 됐을 경우에는 연립 정부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정치적 불안정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정치 양극화가 해소되고 지역감정이 해소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복수 공천을 허용했을 때 양당 체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차 교수는 "복수 공천이 허용되면 양당체제가 더 심화될 것이다. 소수 정당들이 (복수 공천 허용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그런 상황이 되면 중대선거구제가 갖고 있는 명분이 희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양당은 당연히 복수 공천을 포함하고 싶어 하겠지만 소수당의 강력한 반대와 여론을 의식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도 "실제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서 효과를 이루려면 복수 공천을 금지시키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공천을 못 받은 사람들이 무소속으로 나가고, 당선이 된 다음에는 또 정당으로 들어갈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그게 무슨 정치 개혁인가. 새로운 제도가 가지고 올 수 있는 효과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되면, 소수 정당이 들어갈 공간이 커지는 만큼 거대 양당의 분당 가능성을 촉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차 교수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이 되면 분당이 촉발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면서 "복수 공천이 허용 안 되는 방식으로 가닥이 정리된다면 저는 굉장히 큰 분당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양당에서도 제3지대를 모색하는 그런 힘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