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올해 도입한 ‘새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인해 보험사의 상품 판매 전략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 부채를 매년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부채에 영향을 주는 고금리 저축보험 같은 상품보다 암보험 같은 보장성 위주로 재편할 것이란 관측이다.
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1~9월 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치)’을 보면 생명보험사의 수입보험료는 77조687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조5546억원(-5.5%) 줄었다. 보장성보험(2.6%)과 퇴직연금(3.3%)은 판매가 소폭 증가했으나 저축성보험(-6.0%)과 변액보험(-29.8%)은 감소했다.
보장성 보험 판매가 늘어난 배경은 올해부터 시행된 새회계기준 영향이다. 새로운 제도에서는 저축성보험은 수익이 아닌 보험 부채로 인식해 자본 부담이 크다. 반면 종신보험은 저축성보험에 비해 이자율 변동 위험이 적다. 이 때문에 생명보험사들은 지난 2014년부터 IFRS17, K-ICS 등에 대응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축소하고 종신보험 신규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신상품 개발을 본격화했다.
푸본현대생명의 경우를 보면 보장성보험 비중은 작년 2분기 일반계정 기준 73.4%로 전년동기 대비 6.2%p 상승했다. 다른 생보사의 증가 폭이 4%p 이하인 점에 비춰 보장성 보험 판매가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다른 보험사 역시 보장성 보험 출시에 속도가 붙고 있다. KDB생명은 최근 ‘(무)버팀목으로 키워주는 종신보험’을 출시하고 5개 보험대리점(GA)를 통해 판매에 돌입했다. 이보다 앞서 교보생명 ‘(무)교보 뉴 더 든든한 종신보험’, AIA생명 ‘(무)AIA 바이탈리티 평생 안심+유니버셜 종신보험’, 신한라이프 ‘신한 든든한 상속 종신보험’ 등 상품을 내놨다.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진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하는 생보사의 보험계약마진(CSM) 기반 수익성 개선 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종신보험의 경우 가장의 사망 시 유족이 가장의 장래 노동소득을 상실함으로써 경제적 곤궁에 처하게 될 위험에 대비한 상품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사망률 개선, 1~2인 가구의 증가, 맞벌이를 통한 소득원 다변화 등의 요인은 종신보험에 대한 수요를 약화한다. 보험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보장성보험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신규 보장 니즈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