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안국약품·중외제약·휴온스, 과천지식정보타운 입주 진행
교육기관, 연구소 입주 부족… 대기업 '부동산 투기장' 변질 우려
송도-마곡-과천 아우른 교통 인프라 확대로 시너지 효과 필요
[매일일보 이용 기자] 대형 제약사들이 올해부터 과천에 속속 입주하며 새로운 제약바이오 클러스터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값비싼 부동산과 미묘한 도시 인프라로 송도나 오송에 버금갈 규모로 성장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 안국약품, 중외제약, 휴온스 등은 경기도 과천의 ‘지식정보타운’에 본사를 이전하거나 연구개발 센터 입주를 진행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해당 지역에 신사옥을 짓고 이전할 계획이다. JW그룹 과천 신사옥은 올해 초 준공 예정이고, 지하 4층~지상 11층 규모로 지어진다. 또 지주사와 각 계열 본사도 이주 하고, 연구조직을 모아 통합 R&D센터를 조성한다. 안국약품도 본사와 계열사 등을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14층 규모 신사옥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광동제약은 신사옥을 지하 6~지상 15층으로 신축할 예정이다.
과천은 수도권이라 인재 채용이 비교적 수월하고, 인근 강남에 위치한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의 교류도 가능하다. 또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을 보유한 서울대학교가 인근에 있어 다른 지자체 클러스터보다 산-학-연 연계에 유리하다.
다만 과천에 형성되는 바이오 클러스터도 이전에 각 지자체들이 내세운 클러스터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기업만 몰려있는 형태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서울 마곡처럼 기업들의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D제약사 관계자는 “주식 시장 한파로 일부 제약사들은 주요 수입원을 부동산임대업으로 정했다. 특히 마곡과 과천 등은 대기업의 집단 입성으로 입주를 희망하는 벤처사·자영업자들이 몰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기업들이 이들에게 임대를 줘 수익을 내는 것”이라며 수도권 바이오 클러스터는 부동산으로써의 가치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또 클러스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아직 미비한 것도 문제다. 기업과 함께 대학, 연구소 등 기초 연구시설과 벤처캐피털, 컨설팅 업체 등 금융 투자 기관 등이 함께 입주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과천에 입주 예정인 고등 교육 기관은 수원대·수원과학대 산학연 센터 등이다. 인근 서울대의 경우 지식정보타운으로 이동하려면 교통체증이 심각한 강남순환고속도로나 서울 시내를 통과해야 한다. 서울대와 지식정보타운을 잇는 새로운 교통 인프라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행정도시 과천’의 명성도 기대하기 힘들다. 정작 보건복지부, 식약처, 질병관리청 등 보건의료 규제기관은 모두 충북 오송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도권 특성으로 과천시 주변 부동산 값이 매우 높아져 청년 창업자가 거주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편이었던 과천의 한 주공 아파트의 경우, 2015년에는 4억 원대였지만 현재는 3배가 넘게 뛴 14억 원대다. 여기에 이주 기업들이 입주할 기숙사마저 부족한 형편이다. 지식정보타운 지식 10블록의 기숙사 건물은 착공 중이다. 서울에 상경한 청년 뿐 아니라 입주 기업의 직원들도 살 곳을 찾기 힘들 전망이다.
클러스터의 또 다른 중요 요소인 교통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한계점으로 지목된다. 교통체증이 심한 수도권에 위치한 과천은 항구와 공항을 갖춘 인천 송도에 비해 교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편이다.
서울과 가깝다는 수도권의 특성 또한 아직 활용하기 어려운 상태다. 과천시와 LH과천의왕본부는 47번도로 우회도로 준공예정일이 2024년 12월 31일로 늦춰졌다고 밝혔다. 해당 도로는 지식정보타운 동쪽을 감싸며 서초, 강남을 경유하는 도로다. 서울 왕래 시 교통 체증이 심각했던 기존 국도와 고속도로를 우회할 수 있어 입주민들이 준공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이번 준공 지연으로 한동안 입주기업인과 주민들의 불편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천을 단일 클러스터로 남기는 것보단, 교통 인프라를 발전시켜 마곡과 송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제약사 관계자는 “송도는 해외 수출입에 유리하고, 마곡과 과천은 수도권이라 인재 모집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자체가 각자의 바이오 클러스터 유치를 고집하지 않고, 교통망을 연결해서 시너지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