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강경파 '반란표'에 15차 투표 만에 '턱걸이'
입지 위축 속 당내 장악 실패…내분 촉진 계기 우려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미국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가 마침내 118대 신임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선출 과정에서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 속에 15번째 투표에서 가까스로 선출되면서 향후 당내 장악력 등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7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하원은 12·13·14차 투표를 열었지만, 당내 강경파의 저지로 선출에 실패한 뒤 15번째 투표를 열었다. 이후 이날 0시를 넘겨 공화당 매카시 원내대표를 의장으로 선출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15차 투표에서 216표를 득표해 재적 의원 434명(사망으로 인한 궐위 1명 제외) 중 전체 유효투표(428표)의 과반을 얻었다. 의장 선출 시도 나흘 만이다. 민주당의 하원의장 후보인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212표를 얻었다.
미 118대 하원은 지난 11·8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탈환, 공화당 추천 매카시의 의장 선출이 예상됐다.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가 독자 후보를 내고 반란표를 던지면서 개원 나흘간 14차례 투표에도 과반 득표에 실패해왔다.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 20명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고강도 견제를 위해 의사규칙 변경을 요구하며 매카시 반대 및 지지 유보를 주장, 쉽사리 표를 주지 않았다. 결국 또다시 선출에 실패하는가 싶었는데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그의 당선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후 지지도 있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차 투표 직전 강경파인 게이츠와 빅스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 사람은 15차 투표에서 모두 '재석' 투표를 했다. 재석 투표는 총 유효투표수에는 산입되지 않아 하원의장직 당선을 위한 '과반 득표' 문턱을 낮춘다.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 매카시 하장은 한때 트럼프와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이번 하원의장 선출 투표 시 당내 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했다.
또 선출 과정에서 입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앞으로 의회 운영에서 강경파에 휘둘리는 등 안정적인 의장직 수행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매카시 의장은 당내 강경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하원 운영위에 강경파 소속 의원을 더 많이 배치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경파의 몇몇 요구 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사태로 지난해 11·8 중간선거 이후 계속돼온 공화당의 자중지란이 극적으로 노출된 모양새여서 구심력 약화 등 매카시 의장이 풀어가야 할 숙제가 산적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