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신뢰할 만한 정보 토대로 공격"…우크라 "헛소리"
외신 "선전용 가능성…러 '50만 추가 징집' 시 문제 야기"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대규모 보복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 600명 이상을 숨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해 "허튼소리"라며 부인했다. 외신들은 러시아의 이번 발표가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추가 병력 50만 징집설에 대해서도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9일 가디언·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임시 기지로 쓰이는 도네츠크주 북부 크라마토르스크(크라마토프)의 건물 2개동에 로켓 공격을 벌여 6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군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습이 마키이우카 러시아군 막사 공격 사건에 대한 보복 작전의 일부라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12월 31일 러시아군의 임시 숙소였던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 건물에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미사일로 공격을 가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습은 표적이 된 건물이 우크라이나 군대의 임시 숙소라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라며 "건물 1개 동에는 6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군이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러시아 발표가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군 단일 인명 피해로는 최대 규모다.
우크라이나 측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올렉산드르 혼차렌코 크라마토프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다양한 건물에 대한 공격이 있었지만 사망자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늘 이른 아침에 일어난 공습으로 교육시설 2개 동과 아파트 건물 8개, 차고 등이 손상됐지만 사상자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도 러시아 주장에 대해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로이터 통신도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군 임시 숙소로 지목한 건물 2개 동을 직접 찾아갔지만, 사상자가 나온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현장에 있던 CNN 기자들 역시 이 지역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600명에 달하는 엄청난 사망자 수는 러시아 내 분노와 비판을 가라앉히기 위한 '선전용'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부인했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사정거리 안에 대규모로 집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실제 도네츠크 최전선을 갔던 가디언 기자는 우크라이나군이 여러 곳에 소규모로 흩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러시아가 이달 15일 50만명의 추가 징집병을 동원할 계획이라는 우크라이나 당국의 예측에 대해서도 러시아군의 현재 상황에 비춰볼 때 더 많은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가디언은 "러시아군은 병력 규모뿐 아니라 리더십·탄약 및 훈련 부족 등 총체적 난국"이라며 "훈련되지 않은 추가 병력 50만 명을 추가하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