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저축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제기된 가운데 저신용 다중채무자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던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말에 상승 반전해 3%대로 올라섰고, 연체금액은 2016년 6월 이후 6년여 만에 다시 3조원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부실 리스크가 올해 상반기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0일 예금보험공사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말 기준 전국 저축은행 연체율이 3.0%를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연체금액은 3조4344억원으로 같은 해 2분기(2조9772억원)에 비해 4000억원 넘게 늘었다.
저축은행권 합산 연체액이 3조원을 넘은 것은 2016년 6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는 연체율이 2.6% 수준에서 머물다가 3분기 들어 급격하게 뛰었다. 3분기 말 호남 권역을 제외한 전국 5개 권역(서울, 경기·인천, 대구·경북·강원, 대전·충남·충북, 부산·울산·경남)에서 연체율이 일제히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시기 때의 경기 부양책과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로 연체율은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였지만, 경기 침체 여파로 부실 채권이 많아지면서 결국 상승세로 돌아섰다.
저축은행별로 살펴보면 자산 총액이 1조원 안팎인 중소형사들의 부실화가 두드러진다. 대출 한 건, 한 건의 연체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에 전국 79곳 저축은행 중 40%(32곳)의 연체율이 전 분기 대비 상승했고, 특히 7곳은 1%포인트가 넘는 상승폭을 보였다. 또 이들 중 6개사는 연체율이 3% 이상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연체가 지속돼 채권이 부도로 이어지는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연체 기간과 회수 예상 금액을 고려해 실제 손실 위험을 나타내는 '손실위험도 가중여신비율'은 전체 저축은행 중 절반이 넘는 43곳에서 전 분기 대비 상승했다. 대아저축은행과 HB저축은행은 각각 7.48%포인트, 5%포인트로 상승폭이 컸다. 전체 저축은행 중 30%에 달하는 25곳은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이 전 분기 대비 상승했다.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은 대손충당금을 제하고 부실률을 측정한 것으로, 이 비율이 커지면 대손충당금이 부족할 정도로 부실 채권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경기 흐름상 작년 4분기에도 저축은행 연체율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신용평가는 작년 4분기 저축은행 연체율이 3%대 초반으로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금융1실장은 "시간이 갈수록 금리와 물가 인상 영향이 누적되기 때문에 4분기에도 연체율이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