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금융권이 현금 확보를 위해 진땀 빼고 있다. 유동성 위험에 대한 경고가 계속되면서 금융당국은 회사에 자구책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시장이 휘청댄 증권업계가 직격탄을 맞아 전방위 노력을 쏟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증권업황 부진이 비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금리 인상, 환차손 등 마진룸이 줄면서 실적 악화가 뚜렷해졌다는 관측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이 인수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채권 운용 부진, 부동산 PF 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둔화됐다.
다올투자증권은 우발채무가 늘면서 전년대비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작년 3분기 누적기준 영업수익은 전년동기대비 3배 많은 1조547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비용이 늘면서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215억원에서 1165억원으로 감소했다. 이기간 금융상품관련 순손익은 556억원 흑자에서 8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자비용은 저축은행 인수로 인해 연결 재무상 수신금리가 반영되면서 216억원에서 1331억원으로 늘었다. 판관비는 2220억원에서 2945억원으로 뛰었다. 내실이 신통치 못했던 셈이다.
다올투자증권은 다올인베스트먼트, 다올신용평가, 다올타일랜드(태국 법인) 등 수익성이 시들해진 자회사를 매각하는 쪽으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독 다올투자증권 소식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SK증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SK증권은 우발부채 규모가 3875억원이다. 우발채무에는 후순위 부동산PF, 브릿지론 등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우발채무는 자기자본의 62% 비중을 차지한다. 업계 평균 수준이지만 J&W파트너스에 매각된 뒤 5년이 넘어 'SK' 브랜드 명칭 사용 계약이 끝날 것을 감안하면 시장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SK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회사채 주관사 역할을 맡으면서 수익을 유지할 수는 있다. 당장보다 장기적인 악재가 남은 셈이다.
상황이 비슷한 회사는 부국증권, 한양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다. 이러한 회사들은 금융지주 등 든든한 그룹사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지주를 둔 회사들은 대부분 단기등급 AA, 장기등급 A로 안정적이다. 금융지주가 쌓은 충당금만 수천억원에 달해 계열사 지원을 통해서도 일시적인 자금경색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자금경색에 빠진 회사들의 충당금 적립, 자회사 매각, 계열사 지원 등 전방위 자구책 소식은 계속 전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창원 한국기업평가 금융2실 실장은 “증권업계가 채안펀드 프로그램 등으로 유동성 회복기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 회사 매각 등은 이러한 노력 중의 하나로 봐야한다. 관건은 연착륙 여부인데 부동산 PF에서만큼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AA등급 회사와 A등급 회사의 회복속도 차이는 있다. 모두 최악은 면했지만 A급 회사들의 비용절감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확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