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캐피탈사 인수 선순위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수협은행이 수협금융지주를 설립할 의지를 밝힌 가운데 농협금융에 이어 ‘6대 금융지주’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와 함께 이르면 2024년 금융지주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협동조합은행 수익센터의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수협법을 개정해 2030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4일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포스트 공적자금 시대를 맞아 수협은행이 협동조합은행 수익센터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은행과 함께 최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회사 인수가 선결과제”라고 전했다.
수협중앙회는 2016년 신용사업부문을 수협은행으로 분리했고, 수협은행은 지난해 정부로부터 수혈받은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21년 만에 상환했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12월 은행장 직속 조직 미래혁신추진실을 발족했다.
수협은행은 올해 2분기까지 금융지주 인가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자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나 캐피탈사 인수 검토하고 있다. 이기동 수협은행 미래혁신추진실장은 “수협은행은 비은행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올해 자회사 1곳 정도 먼저 편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소한의 금융지주 인가 요건을 구비하고 3분기부터 대정부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협은행은 자산운용사, 캐피탈사 인수를 우선순위 업종으로 꼽았다. 자산운용사 중 대체투자나 부동산 운용에 강점을 갖고 있는 운용사를 중심으로 1차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수협은행은 인수 자금을 위해 이달 중 중앙회를 통해 2000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증자한다. 또한 올해는 3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해 내부 유보금도 확보한다.
다만 수협은행은 보험업 인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수협중앙회 공제사업은 자회사로 분리하기에 규모가 작다. 또한 앞서 중앙회에서 자회사로 분리돼 나온 농협생명과 농협손보는 수익성·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강 행장은 “수협은행은 협동조합 특수은행으로, 중앙회 공제상품을 판매하는 채널 역할을 한다”며 “보험업에 중복적으로 진출하기보다 중앙회와 긴밀한 협조 체계를 유지하며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해 보험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협금융이 출범하면 농협금융의 독특한 지배구조와 유사한 구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해 농협금융의 위에 있는 ‘옥상옥’ 구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이 농협법을 적용받는 것과 같이 수협도 수협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비슷한 지배구조를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하면서 설립됐다. 현재는 은행·보험·증권·캐피탈·저축은행 등 9개의 자회사를 둔 5대 금융지주다. 신경분리의 목적은 ‘농업 경쟁력 강화와 농민의 자립 지원'이라는 농협의 본래 목적을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농협금융지주는 탄생 이후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몸집을 불렸다. 지난 2014년 우리투자증권‧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아비바생명 등 패키지딜로 총 자산이 290조원으로 증가하면서 대형 금융그룹 대열에 올라섰다. 이후 농협금융은 NH농협리츠운용과 NH벤처투자를 계열사에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