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사람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시중은행 수신상품에 몰린 자금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1년 새 예금잔액은 크게 불어난 반면, 가계대출 잔액은 쪼그라들었다. 이같은 기조는 연신 오르는 금리 탓에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말 정기예금잔액은 818조4366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말(654조9359억원) 대비 24.96%(163조5007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작년 11월 말(865조6531억원)에 비해선 9조9855억원 줄어드는 등 하반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8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이자장사 논란 등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은 은행의 대출 영업은 위축되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 692조5335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709조529억원)에 비해 2.33%(16조5194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가계대출은 전달에 비해 5011억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은 2조3782억원 증가했지만,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이 각각 1조776억원, 2조6125억원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금리 오름세로 인해 차주들 사이에서 ‘빚부터 갚자’는 심리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단기채권 시장이 연말들어 반짝 안정세를 찾으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대출 잔액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업대출은 작년 말 703조7268억원으로 전달대비 7조6945억원 감소했다. 이기간 대기업대출은 5조8102억원, 중소기업대출은 8843억원 각각 줄었다.
당장 은행업계에는 줄어드는 마진룸을 고민해야한다. 올해 첫 금통위에서는 또 한 번 금리 인상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경우 보통 예금금리의 기본금리를 올리게 된다. 은행들은 수신금리가 오르면 연동되는 지표를 통해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마진을 관리한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곧장 올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상하더라도 몇몇 적금 상품 금리를 조정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작년 하반기 예대금리차 공시로 촉발된 수신금리 인상 경쟁에도 나서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