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손실 지속…회사채‧감자 등 연이은 자구책
KB‧우리‧하나銀, 인니‧베트남 현지법인 통해 수천억 보증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시중은행이 CJ CGV 해외사업 백기사로 나섰다. CGV는 국내 영화의 세계 시장 진출에 힘입어 동남아시아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영화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무리한 시장 확대가 조 단위 손실로 돌아왔다. 은행권은 작년 말 현지법인을 통해 CGV대출을 각각 수십억원씩 추가 보증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신한‧하나 등 시중은행을 비롯해 한국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이 2018년부터 CGV에 보증한 채무는 3000억원을 웃돈다. 신한은행 베트남지점 외 2곳이 보증한 755억원을 제외하면 모두 코로나19 확산 후인 2021년부터 조달한 물량이다.
채무 보증기간은 12일을 시작으로 9월까지 줄줄이 끝난다. 베트남, 미국, 홍콩 등에 있는 CGV현지법인은 채무보증 만료일에 맞춰 다시 보증업체를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국내은행의 신규 채무보증 소식이 계속되는 이유다.
작년 4분기 가장 먼저 지원에 나선 시중은행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통해 CGV인도네시아 현지법인(PT.GRAHA LAYAR PRIMA,TBK)에 77억원을 보증섰다.
작년 12월에는 한국수출입은행이 인도네시아 법인에 150억원을 추가 보증했다. 같은 달 하나은행은 홍콩지점을 통해 CGV의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을 소유한 중간 지주사 격인 CGI홀딩스(CGI Holidngs Limited.)의 채무를 보증했다. 담보재산은 CGI홀딩스의 원화예금 260억원어치다. 보증기간은 3개월로 짧다. 연말에는 우리은행 호치민 법인(Woori Bank Hochiminh City Branch)이 88억원을 1년간 보증키로 결정했다.
이처럼 국내은행이 현지 지원에 나선 이유는 CGV의 사업 수익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CGV는 코로나19가 발생한 후부터 적자 늪에 빠졌다. CGV는 연결 기준 2019년 2391억원, 2020년 7516억원, 2021년 3388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순손실 규모는 2235억원이다. 코로나 기간만 총 1조5530억원 적자를 낸 셈이다.
CGV의 이익결손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1705억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자본금은 이미 마이너스 상황이다. 특히 해외법인들의 순손실은 계속되고 있다. 베트남, 광저우 법인은 자본금이 하나도 남지 않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CGV는 전방위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룹사인 CJ에서는 작년 말 신종자본차입으로 500억원을 투입했다. 차입기간은 30년이고 이자율은 8.5%에 달한다. 상환일을 미룰 수 있어 이번 차입을 계기로 사실상 CJ는 꾸준한 이자를 거둘 수 있다. 앞서 CGI홀딩스에서는 자본금을 15% 줄이는 무상감자도 결정했다. 자본금을 263억원 줄인 후 잉여금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금융권의 현지 지원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정부에 대해서는 지원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극장 산업 관련 정부 지원예산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방역 지침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영화관이 3년간 극심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버텨왔다”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 확산을 위해서도 정부가 영화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금융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 극장의 생존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