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지난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은행 예금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고 장기예금 가입률이 낮았다. 다만 올 들어 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 요청과 기준금리가 고점에 달했다는 예측에 따라 장기예금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965조31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12월 말(778조9710억원)보다 186조608억원이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장기예금보다는 단기예금에 돈이 몰리면서 이례적으로 ‘장단기 예금금리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예금은 만기가 길수록 이율이 높아진다. 고객이 긴 기간 동안 돈을 묶어두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고객 자금을 관리하는 게 업무에 수월해서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인상하면서 향후 금리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은행들은 단기 자금 조달을 유치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권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한 수신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기 예금금리는 장기 예금금리를 초월하기 시작했다. 기준금리가 갑자기 하락세로 꺾이면 고금리 상품일수록 역마진을 감당하기 어렵다. 금리 정점이 다가오는데 성급하게 2~3년짜리 장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높였다가 추후 조달비용이 커질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은 금리가 급격하게 올랐지만 장기적으로 향후 금리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고 불확실성이 커 장기물보다 단기물 조달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1년 만기 예금금리를 높여서 조달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고객들도 단기예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금리역전 현상과 미국의 긴축 정책 등으로 국내 기준금리가 향후 더 오를 것으로 전망돼서다. 단기 상품일수록 더 높은 금리의 상품으로 갈아타기도 쉽다. 고액을 예치한 고객은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리가 변동되면 재가입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6개월 미만 초단기예금 잔액이 144조188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8조2282억원이나 급격하게 증가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면서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낮아졌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일부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가 5%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수신금리는 점차 내려가면서 3%대로 하향됐다.
은행권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당분간 3~4%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단기 예금금리차도 수신금리 인상기의 정점이었던 지난해 11월 말(0.41%p)을 찍고 내려오는 추세다. 또한 가계 대출 수요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고 은행채 발행도 재개되고 있어 기준금리가 올라도 더이상 올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중 기준금리 정점을 찍은 뒤 하반기에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며 “현재 자금 시장 여건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수신금리를 올릴 유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이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은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는 만기가 긴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병주 하나은행 클럽원 한남PB센터 지점장은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므로 만기가 긴 예금‧채권‧보험 상품에 가입해두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