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리 개입' 언제까지...'고무줄 금리' 자초한 관치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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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금리 개입' 언제까지...'고무줄 금리' 자초한 관치금융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1.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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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수장들 발언에 예대금리차만 요동...시장왜곡 우려
銀 "대출·예금 금리 반영시차 달라"..."폭리 프레임 억울"
시중은행의 여·수신 금리 산정에 개입하는 금융당국의 발언이 쏟아지면서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등 시장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의 여·수신 금리 산정에 개입하는 금융당국의 발언이 쏟아지면서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등 시장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안내문.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연 5%대에 이르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어느 새 3%대로 주저앉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말 예금 금리를 그만 올리라는 경고성 압박을 보내자 금융권이 기다렸다는 듯 화답한 결과다.
반면 대출금리는 여전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7연속 인상됐는데 은행권의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따로 놀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 수장들의 두더지 잡기식 금리 개입이 예대금리차를 되레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 예금 대표 상품 금리는 연 3.9~4.2%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5일(연 4.8~5%)과 비교하면 약 한 달 새 0.6~1.1% 포인트 하락했다. 저축은행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1년 만기 정기 예금 금리 평균치는 연 5.2%였다. 저축은행권 1년 만기 정기 예금 금리 평균치는 지난해 11월 연 5.5%를 웃돈 뒤 곧 6% 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실제로 OK 다올 상상인저축은행은 연 6%대 금리를 제공하는 1년 만기 정기 예금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예금 금리가 급락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개입이 한몫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11월 24일 “(정기예금 등) 수신 금리 과당 경쟁에 따른 자금 쏠림이 줄어들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해달라”고 말했다. 다음날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정기예금 금리 인상을 통한)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은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당시엔 금융 시장이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로 인해 단기 자금이 말라붙은 상태였다. 유동성이 부족해질 것을 우려한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등이 앞다퉈 자금을 끌어모으며 시중 금리가 요동쳤다. 이에 금융당국 수장들은 특정 분야로 자금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고육지책성으로 예금 금리 인하를 압박했지만 금융시장에 혼란만 부추긴 셈이 됐다.
실제로 예금 금리가 급속도로 내려가는 반면 대출은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지난 11일 5대 시중은행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9~8.1%로 나타났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8%를 넘긴 것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마이너스통장 금리 또한 연 6.1~7.5%로 예금 대비 적게는 1.9% 포인트, 많게는 3.6% 포인트 높았다.  금융 소비자들의 성토가 쏟아지는 건 당연했다. 여론을 의식한 금융당국은 뒤늦게 대출 금리 통제까지 나섰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10일 “금리 상승기 은행권이 시장 금리나 차주 신용도에 비해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은행권 금리 산정 실태를 점검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하도록 하는 등 투명성을 제고하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오락가락하는 당국의 메시지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11일 설명 자료를 통해 “최근 은행권 예금 금리가 하락하는데 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이는 최근 시중 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예금과 만기 구조 차이에 따라 빚어진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자장사와 폭리 프레임을 앞세워 당국이 앞장서서 압박하는 걸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변동형 주담대의 경우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코픽스(KB국민 등 시중은행 8곳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 평균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다”면서 “대출금리를 대폭 내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예금금리에 관여한 데 따른 부작용을 대출금리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맞느냐는 우려도 있다. 은행 예금·대출금리가 오락가락하면 돈을 맡기거나 빌리려는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여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당국의 관리는 필요하다”면서도 “금리 개입은 금리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고 시장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은행권을 향한 여론도 싸늘하다. 앞서 은행권은 지난해 4분기(10~12월) “대출 금리를 낮춰 금융 소비자 부담을 덜겠다”고 발표했지만, 전세자금 대출에만 한정됐을 뿐 주담대나 신용대출 금리는 계속 올랐다. 은행권 예대 금리차가 전월 대비 감소한 것은 은행연이 지난해 8월 공시를 처음 시작한 이래 단 한 차례인 지난해 10월뿐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매년 수조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이는 시중은행들이 ‘예대 금리차가 과도하다’는 금융당국과 금융 소비자의 지적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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