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물가·공공요금 상승… 내수 시장 둔화
대중 무역서 수출 효과 기대 어려워
‘빚더미’ 중기 경영난 가중… 국내 경제 침체 악순환
[매일일보 이용 기자]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비롯된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3고 현상’이 국내 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원자재 가격 증가로 소비자 물가와 공공요금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이 지갑을 닫아 내수 시장이 침체에 빠졌다. 여기에 금리 인상과 환율 상승에 이어 중국 성장 둔화 문제까지 겹쳐 기업의 수출 전망 또한 어두워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침체가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올해에도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중국의 감염병 상황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 등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유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보고 있다며, 올해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5% 내외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다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유가·환율에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등 각종 변수로 얼마나 빨리 줄어들지 불확실하다고 경고했다.
이달부터 전기요금은 9.5% 오르고, 2분기 이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추가 인상된다. 또 서울시의 경우 지하철과 시내버스, 마을버스, 택시 기본요금까지 오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이 11월 쯤 끝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며 "유류세는 정부가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했다. 유가가 떨어질 때 공공요금 정상화에 따라 물가 둔화를 더디게 하는 반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가 지난해 억눌렀던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며 공공물가가 인상될 수 있는 것이다.
물가 상승은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잃게 만들고, 내수 시장이 침체되는 악순환에 빠뜨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곳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다. 내수 시장이 침체되면 국내 수압을 기반으로 수출을 강화하려던 기업의 발이 묶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수출입에 있어 중국 의존도가 높았는데, 최근 중국발 코로나19 문제와 미-중 갈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중소기업의 수출길마저 가로막혔다.
지난해 대중 수출 비중은 지난해 22.8%(6839억 달러)로, 여전히 전체 수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방역을 대폭 완화해 빗장을 풀었지만, 아직 경기 회복세가 더딘 데다가 한국발 출입국을 제한해 이전 같은 무역 활기를 찾기 어려운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대중 수출 비중은 그 전 해(25.3%) 보다 하락했다.
끊이지 않는 악재로 코로나19 시절 부채를 지고 운영했던 중소기업들은 올해 더욱 힘든 시간을 맞이하게 됐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평가데이터에 따르면 중소제조 상장사의 분기별 부채 상황은 지난해 3분기 이자 비용은 20.3% 급증했고 총부채는 10.4%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9% 늘어났지만 적자가 더 큰 형편이다. 사실상 빚을 지고 출혈 경영을 지속하는 셈이다.
내수 시장이 활성화 돼야 적자를 메울 수 있는 마당에, 불경기가 지속되면 상환이 힘든 기업은 채무조정을 받아 부실기업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금융기관의 외면을 받아 경영이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그 와중에 정부의 상환유예 지원이 올해 9월 종료를 앞둬, 부채를 진 중기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롯데, 삼성, SK, CJ 등)은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 받는 바이오 분야 진출을, 유통기업은 기존 자본을 바탕으로 소비 시장의 주역이 된 △1인 가구 △가성비 △프리미엄 고객 특화 전략을 세워 살길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위기에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꼼짝없이 정부의 정책만 기다리는 실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기업 종사자의 81.3%는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중기의 몰락을 방치하면 국내 소비 시장이 무너지고, 인구 감소도 가속화하는 만큼, 업계 생존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