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통하는 2금융권의 대출 길이 막히자 금융소비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생계 유지를 위해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을 선택해 고리 사채에 빠지고 또 다른 사채로 돈을 돌려막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쏟아진다.
불법사금융은 사채업자 등을 통해 돈을 빌리기 위해 계약을 하거나 이용하는 도중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불법행위는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거나 불법채권추심, 대출사기, 불법대출중개수수료 수취, 보이스피싱, 대부업법 위반 행위를 하는 경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민원이 2018년(12만5087건)에서 2019년(11만5622건) 감소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2020년(12만8538건), 2021년(14만3907건) 등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피해유형 중 '고금리' 항목을 살펴보면 2018~2019년 각각 518건, 569건으로 500대에 불과했던 피해건수가 2021년엔 2255건으로 4배 가량 늘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이용자들은 소득보다 지출이 많아 차입 이외의 방법으론 생계유지가 어렵고 급전이 필요한 경우 주로 '대출나라' 등 인터넷 대출직거래사이트를 통해 단기소액 급전, 일수 대출 등을 사용했다. 대출금의 주 용도는 병원비, 월세 등 기초생활비가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저신용·저소득자의 대출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출금리가 법정 최고금리(연 20%)로 묶여 있는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제2금융권 자금조달 비용이 더 높아질 수 있어서다.
실제 토스 대출 비교 서비스에 입점한 금융사 52곳 중 13곳은 ‘점검’을 이유로 대출 조회 결과를 제공하지 않았다. 카카오페이도 58개 금융사 중 13개 업체가 대출 신청을 막아뒀다. 대부분 캐피탈·저축은행 등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 업체다. 최근 제2금융권의 신규 대출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DGB캐피탈·웰컴 캐피탈은 이달 말까지 외부 플랫폼을 통한 대출신청을 제한했다. OK캐피탈 같이 3월까지 대출 신청을 받지 않는 곳도 있었다. 캐피탈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말부터 외부 대출 비교 서비스를 통한 신규 대출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예가람·대신·고려·DB저축은행 같이 ‘햇살론’ 신청마저 받지 않는 곳도 있었다. 햇살론은 신용등급 및 소득이 낮아 제도권 금융이 어려운 서민에게 서민금융진흥원이 대출 보증을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서민 대출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도 대출 조이기에 동참 중이다. 업계 1위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 앤 캐시)은 지난해 26일 신규 대출 중단 선언했다. 업계 2위인 리드코프도 지난해 10월 신규 대출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현재 기존의 20% 수준으로 신규 대출을 내주고 있다.
이는 높아진 자금 확보 비용 때문이다.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로 자금을 유치한 뒤, 여기에 이자를 더 붙여 대출해준다. 하지만 최근 예금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비싸지면서 대출 마진이 크게 줄었다.
한편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이 최근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을 줄인 것과 관련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서민금융창구로서의 역할을 지속해달라"고 압박했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 16일 '서민금융 현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사, 대부업체 등 서민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서민금융 지원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 처장은 "최근 시중금리 상승으로 서민·취약계층의 금융부담이 가중되고 금융 접근성이 위축되는 상황"이라며 "국민들 금융애로 완화를 위해 전 금융권의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는 "리스크 관리나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등 시장 여건 변화에 따른 위험부담을 금융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금융당국이 서민금융 공급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중금리대출 활성화 등 애로 해소 방안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대출 공급을 줄이지 말라고 당부하고 나선 것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작년 4분기부터 대출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금융 취약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다는 지적이 커진 탓이다.
금융당국이 공개한 금융업권별 가계대출 현황을 보면 여전사는 작년 11월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1조원 줄었고, 12월에는 전월 대비 감소 폭이 1조6000억원으로 커졌다. 저축은행도 작년 11월 가계대출이 1000억원 감소한 데 이어 12월엔 5천억원 줄었다. 대부업 상위 10개사 가계대출도 작년 11월 630억원, 12월 421억원 각각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