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경제 하락 국면에도 서학개미들의 베팅이 계속되고 있다. 증시 불안감이 여전한 가운데, 비교적 안전한 채권 상장지수펀드(ETF)가 연초부터 인기다. 당분간 주식보다 채권 수익률이 더 높을 거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부터 2주 간 해외 주식 투자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중 4개는 채권형 ETF였다. 상위 20개 종목으로 보면 9개가 채권형 ETF였다. 채권형 ETF 3개 종목만 상위에 포함됐던 지난달과 대비된다.
1년 미만 미국 단기채권에 투자해 변동성이 낮은 ‘JP모간 울트라 쇼트 인컴 ETF(JPST)’, 약세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반에크 JP모간 신흥국 현지통화채권 ETF(EMLC)’, 채권 가격이 오르면 수익을 내는 ‘아이쉐어즈 아이박스 USD 하이일드 회사채 ETF(HYG)’ 등이 순매수 상위권에 포함됐다.
채권형 ETF는 지난해 말부터 꾸준한 라인업으로 입지를 넓혔다. 지난해 12월 코스피 시장의 ETF 일평균 거래대금이 증가한 것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채권형 ETF가 한몫 거들었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존속 기한이 있는 채권형 ETF 등 다양한 상품이 신규 상장되면서 기관 및 연금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했다”며 “월분배, 자산배분형 등 장기적 투자수요에 맞는 상품도 출시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합한 상품을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인기를 끌고 있는 채권형 ETF는 1년 미만 단기 채권에 투자하거나 고수익 채권에 투자하는 월 배당 ETF 등 다양하다.
단기 채권에 투자한 채권형 ETF는 수익을 내기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자금을 넣어두는 용도로 사용된다. 내달 1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가운데, 관망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잠시 자금을 거치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수익 채권 ETF는 연 4~6%대 이자를 거둘 수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환차익도 거두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최근 웬만한 주식 종목의 손실이나, 3~4%대로 내려온 정기예금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4~6%대 수익률은 상당히 쏠쏠한 수준이다.
다만 꽁꽁 얼었던 서학 주식시장도 조금씩 열릴 조짐이 보인다. 작년 12월 한 달 간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 91억4655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고, 93억6749만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매도 결제액에서 매수 결제액을 뺀 순매도 결제액만 놓고 보면 약 2억2094만달러로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지표로 나타났다.
이러한 매도세에도 서학개미 일각에서 투자는 이어졌다. 지난달까지 테슬라 순매수는 3개월 연속이었다. 주가 급락 소식이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테슬라 순매수 규모는 10월 4억6800만달러), 11월 4억9400만달러, 12월 1억1109만달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