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일몰법 등 민생 법안 논의 조차 못 해
[매일일보 조현정 기자] 여야가 설 연휴를 맞아 일제히 '민생'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정작 당 내 문제에 골몰하느라 안전운임제 등 '일몰법'을 비롯한 민생 법안 논의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3·8 전당대회 당권 경쟁에 집중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각각 당 내 문제에 주력하면서 1월 임시국회는 '개점 휴업' 상태다. 지난 9일 소집된 1월 임시국회는 설 연휴 전까지 본회의를 한 번도 열지 못했다.
우선 국민의힘은 오는 3월 8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경선 룰을 일반 여론조사 없이 당원 투표 100%로 변경하자 주자들이 당심 잡기에 올인하면서 유례없을 정도로 경쟁이 과열된 양상이다.
여기에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당 '친윤석열계'의 집중 견제가 더해지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가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거머쥐는 만큼 당심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나 전 의원을 친윤계가 집단 린치에 가까울 정도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해임과 그 과정에 대한 나 전 의원의 대통령을 향한 '본심' 발언 등이 엮이면서 집권 여당 당권 레이스가 혼탁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민주당 내부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이른바 '사법 리스크' 방어에 당의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28일에는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으로 검찰 출석이 예정돼 있다.
그 사이 주요 민생 법안 논의는 진전이 없다. 노동조합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논의는 환경노동위원회에 묶여 있고, 쌀 의무 격리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2소위에서 계류 중이다.
특히 지난해 여야가 합의에 실패하면서 종료된 안전운임제(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건강보험료 국고 지원(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30인 미만 사업장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근로기준법) 등 논의는 손도 못 댄 상황이다.
상임위를 넘은 안전운임제는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고, 건보 국고 지원과 추가연장근로제를 논의할 보건복지위원회·환노위의 문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월 임시국회가 다음 달 7일 아무 성과 없이 종료되면 민생 법안 처리가 2월 임시국회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일정이 한 달 넘게 남았고, 나 전 의원의 출마가 기정사실로 되면서 당권 경쟁은 지금보다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역시 검찰이 이 대표를 28일 소환 조사한 이후 성남FC 후원금과 대장동 사건을 병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체포 동의안 처리를 놓고 고심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만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이를 둘러싼 여야 간 충돌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