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3년만에 '최저'...개미들 이달 4조 가까이 팔아
개인투자자 90% "올 하반기 긴축 종료 후 주식 늘릴 것"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새해 들어 국내 증시가 반등 추세를 보였지만 정작 거래 규모는 급감하며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동학개미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연초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반토막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금리 인상 등 긴축 모드가 이어지고 고물가 상황도 장기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집을 나간 개미들의 투자심리는 설을 쇠고 나서도 쉽게 돌아오지 않을 거로 보인다. 코스피 거래대금이 지난해 1월의 절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등 돌린 개인투자자들이 돌아올 만한 유인 재료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24일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2일 증시 개장 이후 지난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합한 한국 증시의 거래대금은 일평균 11조4644억원 가량이었다. 지난해 1월의 일평균 거래대금 약 20조6542억원의 55.5% 가량으로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전 해인 2021년 1월 일평균 거래대금인 약 42조1073억원에 비하면 27.2%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2021년 전체 기준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7조2929억원이었고 2022년은 15조9113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해도 거래 규모가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지난해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증시 약세로 투자심리가 점점 악화됐음을 보여준다.
주식시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2020년, 주요국이 저마다 돈을 급격히 풀면서 이른바 '자산버블' 경고가 나올 정도로 활황기를 맞았다. 국내 주식시장도 2021년 거래량·거래대금 등 모든 면에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이 급격한 긴축모드로 돌아서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여기에 가파른 물가상승까지 겹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카져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코스피의 경우 활황기였던 2021년 새해 첫 개장일 포함 10거래일 일평균 거래대금은 30조원에 이르렀다. 그러다 지난해 11조2000억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는 6조7000억원으로 더욱 줄었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이 6조원 중반대로 떨어진 것은 월간 기준 2020년 1월(6조4300억원)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코스피가 2134.77로 52주 최저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9월에도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이 7조7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지수가 일부 회복했음에도 투자자들은 거래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코스닥 시장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21년 일평균 16조8000억원(연초 10거래일 기준)에 이르렀던 거래대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5000억원, 올해는 3분의1 수준인 5조3000억원에 그쳤다.
투자자별 거래 실적을 살펴봐도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코스피에서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부터 20일까지 3조6889억원어치나 팔아치웠다.
장기간 하락세에 지친 데다 올해 경기도 나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다. 더구나 지난해 초 역대 최대 공모액을 끌어모았던 LG에너지솔루션처럼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을 만한 신규 상장 종목도 전무한 상황이다.
시가총액 회전율(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의 비율) 역시 낮아졌다. 지난해 1월 하루 평균 0.53% 수준이었던 회전율은 이달 0.36%까지 하락했다. 지난달(0.36%)과는 유사한 수준이다. 통상 주가가 내릴수록 거래대금 규모도 줄어들게 되지만, 주가 변동 요인을 제거한 회전율을 기반으로 투자심리를 측정했을 때도 거래가 침체기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확정되지 않는 한 동학개미들의 주식시장 복귀는 요원할 거라고 보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올해 하반기까진 관망하겠다는 태도가 뚜렷하다.
실제 개인투자자 10명 중 9명은 미 연준의 통화 긴축 기조가 올 하반기까지 가서야 끝날 거로 예상한다는 설문 결과도 나왔다.
삼성증권은 최근 유튜브에서 진행한 '언택트 컨퍼런스' 참여자 9629명을 상대로 연준의 긴축 기조가 연내 지속될지에 관한 전망을 설문한 결과, 89.2%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중 올해 3분기 이후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는 응답은 59.0%로 나타났고 응답자의 37.0%는 예금성 금리가 3% 이하로 내려가면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리 수준과 상관없이 주식 투자를 늘릴 예정'이라는 응답은 17.0%에 불과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물가지수, 금리 움직임 등 시장지표들의 변화 등을 통해 연내 긴축기조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중 금리 하락추세가 뚜렷해져야 개인들의 주식 관련 투자심리 개선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