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지난해 한껏 위축됐던 회사채발행 시장이 지기개를 펴고 있다. 연초 효과는 물론,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기업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20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자산유동화증권(ABS) 제외)은 5조7610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상환액 2조7249억원을 감안하면 순발행액은 3조361억원이다.
이달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전달 동기(6920억원) 대비 4.4배 늘어난 수준이다. 전월 발행액은 2조8847억원, 상환액은 2조1926억원이다. 애초에 이달 발행 규모부터 전달 발행액의 두 배에 달해 순발행 규모가 크게 뛸 수 있었다.
회사채 시장에 활력이 도는 이유는 연초 효과로 볼 수 있다. 매년 증권사들은 11월 후반부터 가용자금을 소진해 채권 시장을 닫는다. 연초에는 이처럼 디클로징했던 조달시장을 다시 열게 되는데, 그 결과 작년 말에 비해 올 초 발행 물량이 급격히 차이 나게 된다.
특히 올초 유독 큰 차이가 난 이유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어느정도 마무리되기 시작했다는 시선이 깔렸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회사채 발행 규모를 보면 10월에는 4조8429억원 순상환, 11월 8089억원 순상환, 12월 6879억원 순발행을 기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 등으로 냉각됐던 시장이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녹아갔던 셈이다.
수급도 맞았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판단으로 물량을 대폭 공급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대책, 업계 자구 노력 등을 감안해 금리 안정세를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달 20일 신용등급 AA-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4.453%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고점(10월 21일 연 5.736%) 대비 1.283%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회사채 증액 발행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최근 GS에너지(신용등급AA)는 17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려다 2500억원으로 증액했다. 수요 예측 결과 총 1조5600억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어 신세계(신용등급AA) 역시 1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공모했는데 1조6950억원 자금이 몰려 2000억원 증액 발행키로 했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올초부터 회사채가 활기를 띄고 있는 것은 연초 효과와 수급 균형 결과로 분석된다”며 “특히 시장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 발행사의 입장과 금리 안정세가 찾아올 것이라는 투자자의 기대심리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