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최근 ‘신입사원’ 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에 발을 내딛는 이들. 바로 1996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제너레이션Z’이다. 인터넷이 없던 세상을 아예 경험해 본 적 없으며 부모에 의해 어린 시절부터 소셜미디어에 얼굴을 올렸던 이들은 태생적으로 온라인과 비대면이 익숙한, 전에 없던 새로운 세대다.
이러한 Z세대의 등장은 자연히 기업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Z세대가 기업의 미래 성장에 필요한 핵심 인력으로 떠오른 지금이 이들이 일하고 싶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Z세대가 일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어떤 것들이며 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직장이란 어떤 곳일까? 글로벌 컨설팅 기관 딜로이트가 발표한 ‘2022 글로벌 밀레니얼 & Z세대 서베이’에 따르면 Z세대가 직장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일과 삶의 알맞은 균형(Good Work and Life Balance)’이었다. ‘배움과 발전의 기회(Learning and development opportunities)’가 그 뒤를 이었다. 높은 급여 혹은 다른 재정적 베네핏은 그 다음이었다.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Z세대에게는 재직 기간을 늘리는 중요한 요소였다. Z세대는 탑다운(top down) 방식의 의사결정이 업무 의욕을 저하시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직 내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데 두려움이 없는 Z세대들은 위계질서가 경직되어 있지 않아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함께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했다.
재택근무(remote work) 혹은 하이브리드 근무(hybrid work)에 대해서도 10명 중 6명 이상이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재택근무가 수평적 문화를 확대하고, 직원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평가했다. 업무 스타일과 출퇴근 거리, 재정적 상황 등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면, 일과 삶의 균형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업무의 효율도 높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무엇보다 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매우 높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는데, 때문에 자신의 스트레스와 번아웃(burn out)을 관리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원했다. 일과 삶의 균형,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문화, 다양성의 인정 등은 이들이 자신의 정신적 건강(mental health) 유지할 수 있는 기본 요소로 꼽은 것들로, 이와 함께 정신적 건강을 케어해 줄 수 있는 상담이나 치료 등의 지원도 받기를 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현대카드의 남다른 일하는 방식과 기업 문화가 Z세대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상시 재택근무’를 도입해 취업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부서별 업무 특성 및 상황 별로 재택근무율을 정해두고, 직원이 원하는 날짜에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대면 업무와 협업의 필요성이 높은 순서로 온사이트(On-site), 하이브리드(Hybrid), 리모트(Remote) 3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월 근무일수 20일의 최대 20%, 30%, 40%까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서울 강남역 인근에 거점 오피스인 이른바 ‘디지털 오피스’를 오픈해 근무지의 다양성을 확보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몇 백 년간 지속되어 온 출근 제도의 변화가 연쇄적으로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하면서 근무형태를 연구했고 인재 관리를 위해서 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사실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카드의 일하는 방식에서도 직원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이전부터 자율성을 부여해왔다. 지난 2017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코어타임(core time) 이외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플렉스 타임(Flex Time)’을 도입했고 이보다 3년 빠른 지난 2014년에는 점심 식사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도록 하는 ‘플렉스 런치(Flex Lunch)’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각자의 상황과 업무 스타일에 맞게 일하는 문화 속에서 균형 잡힌 일과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정태영 부회장의 기업문화에 대한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정 부회장은 “기업문화는 소통이라고 단순 해석해버리는 사람들은 실상 기업문화에 관심이 없다”며 “마치 ‘행복=건강’이라면서 단순한 명제로 치환 시키는 격이다”라고 본인의 SNS에 기업문화에 대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Z세대가 원하는 배움과 발전의 기회의 관점에서도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카드만의 특별한 제도를 운영하도록 했다. 바로 커리어 마켓(Career Market)이다. 커리어마켓은 시장원리에 입각한 자유로운 경력개발 시스템으로 스스로 원하는 부서와 직무를 찾아 이동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각 부서가 필요로 하는 능력과 경력을 적어 구인 공고인 이른바 ‘잡포스팅(Job Posting)’을 올리면, 관심있는 직원이 지원하고, 해당 부서장이 인터뷰를 통해 채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신입사원 부서 배치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각 부서가 자신을 소개하는 잡셀링(Job Selling)을 진행하면 이후 잡페어(Job Fair)를 통해 신입사원과 부서가 서로 합을 맞추어 함께 일할지 결정하게 한 것이다.
직원들의 마음 건강을 위한 제도를 마련한 것은 이보다 훨씬 더 오랜 일이다. 전문적인 심리 상담과 치료를 통해 직원들의 멘탈 헬스케어를 돕는 ‘마인드플러스(Mind+)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담은 1대1로 진행하는데, 대면과 비대면 중 내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선택해 진행할 수 있다.
특히 비대면 상담의 경우 퇴근 이후 회사나 집 어디에서든 가능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건강한 마음은 직원들의 일과 삶의 질과 수준을 높이는데 필수적인 요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마련한 제도인데 2030 직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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