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울리는 '이자제한 역설'…'시장연동금리제' 도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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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자 울리는 '이자제한 역설'…'시장연동금리제' 도입 시급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1.3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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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0%' 장벽에 2금융·대부업까지 대출 중단 속출
'선한 정책'이 불법사채만 키워..."시장금리 따라야" 
법정최고금리 20% 제한 정책이 저신용자를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길거리에 뿌려진 불법사금융 전단지. 사진=연합뉴스
법정최고금리 20% 제한 정책이 저신용자를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길거리에 뿌려진 불법사금융 전단지.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선한 정책’으로 보였던 이자제한 정책이 되레 금융 소외계층을 불법 사채로 내몰고 있다. 저신용자가 과도한 대출금리에 노출되지 않도록 법정최고이자율을 연 20%로 제한한 결정이 고금리 시기에 급전 대출 장벽을 높이면서 ‘돈줄’을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다. 2금융권과 대부업 대출은 물론 카드론까지 어려워진 저신용자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불법 사채까지 손을 벌리며 무시무시한 폭리에 고통받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 20% 제한'으로 마진을 내기 어려워진 2·3금융권 금융사들이 연이어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우선 카드·캐피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조달 비용이 상승한 여파로 중금리 신용대출 규모 역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카드·캐피털사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875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2조8661억원) 대비 69%(1조9909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3분기 모두 2~3조원대를 유지하다가 4분기 들어 급격하게 1조원 밑으로 감소한 것이다. 최근 조달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하자 이미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에 가까이 운영하고 있는 카드·캐피탈사가 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을 축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3분기 이후로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업계 조달 비용도 급격하게 상승했다"며 "현실적으로 중금리 신용대출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카드 업계가 전반적으로 대출 규모나 한도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금리 신용대출 감소는 저축은행에서도 나타났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 포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들의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 공급액(사잇돌 대출 제외)은 총 1조508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3조1516억원) 대비 52% 급감했다. 1분기(2조7595억원)와 2분기(3조 3733억 원)에 대비해도 잔액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취급 건수도 19만5548건에서 9만1605건으로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마지막 제도권 금융인 대부업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업계 1위 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는 지난해 12월 26일 신규 대출 중단을 선언했다. 이곳 외에도 12개 대부업체가 신규 대출을 중단한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2021년 7월 고금리 대출자의 부담을 낮춰 주겠다며 시행령을 개정해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내렸다. 즉 우리나라에서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대출에 적용할 수 있는 금리는 연 20%를 넘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20%로 묶어둔 법정금리 상한선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작년 한 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두 배 넘게 올랐지만, 그 비용을 상품의 판매가라고 할 수 있는 금리에 반영을 못 하게 됐고 역마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돼 대출 문을 좁힐 수밖에 없다"라며 "조달 비용에 중개 플랫폼 수수료와 대손 비용까지 고려하면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인 상황에서는 신규 대출을 할수록 손해"라고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법정최고금리 인하 정책이 저신용 취약차주들을 제도권에서 배제시키는 형국이 됐다. 문제는 이러한 취약차주들을 악용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의 신고 건수는 2020년 7351건에서 2021년 9238건으로 늘었다. 작년엔 8월까지 신고 건수가 6785건에 달했다. 금융당국 내부 통계에 따르면 취약 차주들은 평균 40만원을 빌리기 위해 불법 사채를 찾기 시작한다. 제2금융권을 넘어 대부업과 불법 사채까지 돈을 빌려야 하는 금융 소외계층에는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정치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태스크포스까지 꾸렸지만 국회의 반대에 부딪혀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갈 상황에 놓였다. 오히려 국회에는 시장원리에 반해 오히려 법정 최고금리를 더 낮추자는 법안이 쌓여 있다.  전문가들은 조달금리 상승 폭만큼 올리는 시장금리연동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지표금리가 오르고 내릴 때마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시장금리연동제란 현행처럼 최고금리 상한을 시장금리 변동과 상관없이 고정하는 방식이 아닌 특정 지표금리를 설정하고 그 변동에 맞춰 법정 최고금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방안이다. 대부업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하면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 배제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며 "조달금리 상승 폭만큼 법정 최고금리가 오르면 배제되는 취약차주 대부분에게 대출 공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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