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분기 대비 0.1% 깜짝 증가…아일랜드가 견인
통화 긴축·금리 인상...2023년 '경기 침체' 전망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지난해 4분기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9개국이 예상과 달리 역성장을 면했다. 대다수 국가 성적이 부진한 가운데 아일랜드 경기 지표 영향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유럽 경기도 통화 긴축 정책과 금리 인상 등으로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일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31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0.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3분기 GDP 성장률(0.3%)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축소됐다. 이번 통계는 올해 1월 유로존에 합류한 크로아티아를 제외한 기존 19개국을 대상으로 집계됐다.
이번 성적표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에너지 비용 상승 등 경기 위축 영향으로 4분기 GDP가 0.1% 역성장할 것이란 로이터통신 전망을 웃돌았다. 로이터는 “지난해 정부 지원이 관대했고, 유럽의 겨울이 평년보다 따뜻해 에너지 비용으로 인한 경제 타격이 적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치에 대해 낮은 세율 혜택으로 다국적 기업이 집결해 있는 아일랜드 경기 지표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일종의 착시 효과로 지나치게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 아일랜드는 4분기 GDP가 직전 분기보다 비교적 큰 폭인 3.5% 뛰면서 4분기 성장을 견인했다. 이 밖에 라트비아(0.3%), 스페인(0.2%), 포르투갈(0.2%), 프랑스(0.1%), 벨기에(0.1%) 등도 GDP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나머지 회원국 대부분은 역성장했거나 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유럽 경제 규모 1위인 독일은 4분기 GDP는 전분기보다 0.2% 감소했고, 이탈리아도 0.1% 역성장했다. 오스트리아(-0.7%), 스웨덴(-0.6%), 체코(-0.3%), 리투아니아(-1.7%) 등도 GDP가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일랜드의 기여 없이는 유로존이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일종의 착시 효과인 만큼 이번 경제지표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유로존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3.5%로 집계됐다. 연간 성장률은 미국(2.1%)과 중국(3%)보다 높았다. 유로존 연간 경제성장률이 미국과 중국을 앞지른 것은 1974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유로존 경기 선방이 올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가 이어져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금리 인상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통화 긴축 정책으로 인한 경제 둔화도 우려 요소다. 독일의 경제학자 크리스토프 웨일은 "향후 몇 달간 뚜렷한 통화 긴축 정책 등으로 유로존 경제는 올 상반기에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회복세도 약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