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웅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1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공동세미나에서 ‘향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시사점’을 주제로 한 기조 연설에서 “중국 공급망 차질 완화에 따른 하방요인과 원자재 수요가 확대 등에 따른 상방요인이 혼재돼 있어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제로 코로나’ 정책 유지로 공급망 차질이 지속됐으나 최근 조기 리오프닝으로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 국장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함에 따라 그간의 공급 차질은 주요 중간재 공급제약 및 비용 상승 등을 통해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키고 주요국에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국가별 공급망 압력지수를 통해 분석해본 결과 중국의 공급망 차질이 심화될 경우 글로벌 무역은 1년간 0.3~0.5% 정도 둔화되고 글로벌 물가상승률은 0.2~0.5%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김 국장은 “중국의 공급차질 완화는 글로벌 물가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이번 재확산에 따른 차질 정도가 과거 확산기에 비해 작았던 만큼 추가적인 완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면 중국의 펜트업(이연)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경우 원자재 가격 등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기적으로는 미·중 갈등, 지정학적 긴장 등에 따른 분절화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분절화는 교역과 기술전파 제약 및 노동력·자본 이동 제한 등을 통해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핵심품목 수출이 주로 미·중에 편중돼 있고 주요 원자재 수입 의존도도 높기 때문에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장기적으로 분절화 정도에 따라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0.2~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사드 사태 시 우리나라의 대(對)중 수출이 추세대비 3% 정도 줄어들었던 경험에 비춰 볼 때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될 경우 우리 수출과 GDP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은 상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무역갈등 전개 양상, 여타 국가로의 수출 대체 가능성 등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다. 김 국장은 “특히 최근 무역·기술 분절화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의 경우 분절화로 인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있지만 다변화, 기술혁신 등을 통해 리스크 현실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는 거시경제와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시각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거시적으로 팬데믹 이전과 달리 공급능력 제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면서 물가와 경기 간 ‘트레이드 오프’(상충 관계)가 확대될 수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 측면에서는 그간 중국 특수로 인해 지연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한편 다변화 등을 통해 공급망의 복원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