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예탁금 49조2749억원… 3주 만에 6조원 가량 늘어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예금금리가 3%대로 떨어지면서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이 두 달 새 15조 넘게 증발했다. 은행에서 빠진 돈은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2500억원으로 지난해 말(818조4366억원) 대비 6조1866억원 줄어들었다. 지난해 12월에도 8조8620억원 줄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두 달 사이 15조486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까지 늘었으나 12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예금 잔액이 증발한 원인은 수신금리가 하락해서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1년 만기)는 연 3.50~3.73%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에는 연 5%대를 돌파한 적도 있었고 최근까지도 4%대를 유지했으나 3%대로 급락했다. 정기예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금리(시장금리)가 하락세를 타고,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물에 들어섰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금리가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은행으로 뭉칫돈이 쏠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나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지난해 11월 중순 정점을 찍고 하락하자 역머니무브가 둔화하고 있다.
반면 전체적인 고금리 기조는 이어지면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3개월 연속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지난 1월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3조8858억원 감소한 688조647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연말(709조529억원) 대비 20조4052억원 줄어든 수치다. 감소세가 이어진 13개월 동안 감소폭 역시 가장 컸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161억원 늘었지만, 신용대출이 3조3516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에서 빠져나간 돈은 증시로 들어오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 연초 대비 코스피는 10%, 코스닥은 11.8% 상승했다. 전세계 증시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으나 그 중에서도 코스피가 특히 상승률이 높은 편이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의 투자예탁금은 지난달 말 기준 49조274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초 43조6927억원까지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6조원 가량이 늘어난 셈이다. 또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코스피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계속 하락해 이날 1220원대로 마감했다.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주식을 6조4800억원 어치 매수했다.
앞으로도 은행보다는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올해 처음 열린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인플레 완화 발언을 했다. 그는 “상품을 중심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의 초기 단계가 시작됐다”며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 둔화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전세계 주식시장이 강세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서유석 신임 금융투자협회장도 지난 17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예금으로의 머니무브가 계속될 수는 없으며, 개인투자자들의 채권투자 증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