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대출규제와 카드 수수료 인하, 조달금리 상승 등 국내 시장에서 잇단 악재와 싸우는 카드사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거점은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다. 높은 경제 성장이 기대되는 반면 인프라·규제 등의 여건 조성이 미흡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서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카드사의 해외법인 순이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별로 보면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3분기 199억8000만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순이익 12억9000만원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많다.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이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 해외법인은 231억8000만원의 누적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1~3분기에는 32억8500만원 순적자를 냈지만 1년 만에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롯데카드(베트남)와 우리카드(인도네시아·미얀마) 역시 3분기 누적순이익에서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8곳의 신용카드사 가운데 신한카드와 국민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BC카드 등 5개 사가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캄보디아 리스사 ‘아이파이낸스리싱(i-Finance leashing Plc)’을 인수, 현지 할부금융업은 물론 리스 시장에도 진출했다. 아이파이낸스리싱은 오토바이, 삼륜차 등을 취급하는 캄보디아 내 중위권 리스 회사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상품 다각화를 통한 신규 고객 확보와 신용평가시스템 구축을 통한 건전성 개선, 최적화된 대출 심사를 통해 우량 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등 지속 성장 가능한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라면서 "캄보디아 현지 1위 여신전문금융사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국민카드는 ‘KB파이낸시아 멀티파이낸스(인도네시아)’, ‘KB제이캐피탈(태국)’ 등에서도 해외법인을 운영 중이다. 그 결과 KB국민카드의 해외법인 3곳의 지난해 3분기 순익은 총 200억4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4% 증가했다.
국내 카드사 중 해외 사업 선두주자는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지난 2014년 카자흐스탄 ‘유한회사신한파이낸스’를 시작으로 2015년 인도네시아 ‘신한인도파이낸스’, 2016년 미얀마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 2019년 베트남 ‘신한베트남파이낸스’를 출범했다.
신한카드는 신한베트남파이낸스의 순익 급증으로 지난해 3분기 해외법인 4곳에서 총 순익 217억500만원을 거뒀다. 현재 4곳의 현지법인의 주요 영업 부문은 자동차할부대출과 내구재 대출 등이다.
BC카드도 현재 인도네시아 디지털 결제 국책사업(QRIS) ‘해외 QR결제 제휴사’로 단독 선정돼 운영 중이다. 베트남에서는 POS 단말기 점유율 1위사 인수를 필두로 국영결제망사업자 ‘NAPAS’와의 비현금 결제 프로모션 협력을 추진하기도 했다.
BC카드는 올해 1분기 동남아 사업 성공모델을 기반으로 중앙아시아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중앙아시아 결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e머니와 QR결제 등 다양한 전자결제수단 적용과 생체인증, 간편 인증 등 다양한 방식의 인증 기술을 이식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우리카드는 2016년 미얀마 현지 법인 인수 이후, 작년 9월에도 인도네시아 현지 할부금융사를 인수했다. 해당 할부금융사는 인도네시아 전역에 72개 영업망을 토대로 중고차 할부금융과 중장비 리스업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7년 베트남 법인 테크콤 파이낸스와 지분 양수도 계약을 맺고, 지난 2018년 ‘롯데파이낸스’를 출범한 상태다. 롯데파이낸스베트남은 신용대출, 할부금융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출범 당시 초기비용과 사업구조로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지난해 9월 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도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은 올해 동남아 영업에 상당한 공을 들일 전망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은 아직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라, 당장의 큰 수익은 벌지 못해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영업에 적극적인데,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에 해당하는 약 2억8000만명의 인구와 원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을 갖추고 있고, 베트남은 인구 1억명에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