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해 은행에 예금을 맡긴 가계가 오히려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실질금리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다.
올해는 특히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고물가가 이어질 전망인 만큼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실질금리는 –2.33%로 집계됐다. 실질금리는 저축성 수신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것을 말한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금융 소비자가 은행 예·적금을 가입하더라도 물가 상승분만큼 이자를 받지 못해 실질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지난해 실질금리는 사상 첫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실질금리는 가중평균 금리 자료가 작성된 1996년 이래 2011년(-0.31%)과 2017년(-0.34%), 2021년(-1.42%), 2022년(-2.33%) 등 4번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저금리 기조 강화와 5%대를 웃돈 고물가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연 2.77%로 지난 2012년(3.4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는 지난해 11월 4.29%까지 상승했다가 12월 4.22%로 떨어지면서 11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기준금리가 종점에 이르렀다는 기대가 나오면서 수신금리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상승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올해 실질금리 전망도 밝지 않은 상태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지난해 12월(5.0%)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은 2월에도 5% 내외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향후 물가 경로상 불확실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인플레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수신금리는 금융당국의 인상 자제 권고와 은행채 발행 재개 등의 영향으로 하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