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정부가 연간 5만 달러 이상 외화 송금할 때 사전 신고해야하는 의무를 없앨 계획이다. 돈을 보내고 사후에 당국에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외화 유출 방지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만들었던 기존 법률을 폐지하고 새로운 외환법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해외투자자과 송금 고객들의 번거로움을 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12일 외신 기자간담회를 통해 투자자들의 규제 부담을 덜기 위해 외환거래 시 사전신고 원칙을 사후보고로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안으로 법·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국회 입법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대규모 해외차입 등 중요한 사안을 제외하면 사전 신고 의무는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는 입장이다. 신외환법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행된다.
기존 외국환관리법은 외자유출을 통제하는 데 초점 두고 있다. 외국환 관리법은 제정 후 1992년 전부 개정, 1999년 폐지 제정 등 두 차례 개편된 바 있다. 다만 전체적인 틀을 바꾸지 못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투자자들과 송금 고객들의 불만에 부딪혀왔다.
현행법상 기업들은 해외 투자 시 은행을 통해 현지법인의 경영현황 등을 담은 사업실적 보고서를 매년 제출해야 했다.
일반 고객들은 5000달러까지만 자유롭게 해외 송금하고 있다. 5000달러를 초과하면 외국환은행을 지정한 뒤 송금해야 한다. 특히 연 5만 달러가 넘는 돈은 외국환거래은행 영업점을 통해서만 송금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송금사유를 입증하기 위한 증명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서류는 매매신고서, 출입국사실증명, 재직증명서, 납세증명서, 예금잔액증명서, 재원증빙서류, 서약서 등 11개가 넘는다.
신외환법 개편은 더 이상 과거의 잣대로 억누를 수 없다는 정부의 판단이 깔렸다. 실제로 대외금융자산 규모가 커진데다 외환거래량은 늘었다.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은 2021년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 기준 2조1784억달러다. 1571억달러에 불과했던 1999년 대비 14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대외금융자산은 지분투자, 주식, 채권, 파생금융상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21년 외국환은행의 일평균 외환거래량은 583억달러로 전년 대비 10%가량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