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주공아파트' 개발 길 열려
상계·광명·해운대 등 전국 49곳 주목
마스터플랜·기본계획 수립 선행돼야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1990년대에 지어진 '주공아파트'의 개발 길이 열린다. 정부가 발표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준공 20년을 넘긴 전국 40여 곳의 택지가 당장 수혜를 누릴 대상으로 떠오른다. 다만 특별법 적용이 가능할 뿐 당장 모든 주택이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택지조성사업 완료 이후 20년 이상 지난 100만㎡ 이상 택지는 노후계획도시 범위에 포함돼 특별법 적용이 가능하다.
정부는 특별법 적용 범위를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에서 전국으로 확대했다. 지역균형 개발과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려는 방편으로 해석된다.
이번 발표로 전국 주공아파트들은 개발을 위한 새 그림을 짤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하는 '택지예정지구지정 및 공급현황'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전국 49곳이 이 조건에 부합한다.
서울에서는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중계·상계와 더불어 강남 수서 등이 특별법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 강남개포와 강동고덕 또한 특별법 적용이 가능하지만 재건축 사업이 상당 부분 진척돼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곳들이 많다.
1기 신도시는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기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기대감과는 달리 재건축 안전진단 추진이 더뎠다. 일산에서는 지난해 9월 백송마을5단지가 안전진단에 첫 도전했다가 탈락한 사례도 나왔다.
이번 특별법은 이같은 단지도 포괄해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것이 골자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기 신도시 전체 아파트 36만5492가구 가운데 건축연한이 20년 이상~30년 미만인 곳은 70% 이상이다.
경기도에서는 1기 신도시를 제외하고 안양포일, 광명철산·하안, 수원 영통·매탄3, 고양능곡·화정 등이 포함된다. 인천의 경우 연수, 구월, 계산 등이 100만㎡ 이상 대규모 택지에 해당한다.
광명에서는 올해 1월 철산주공12·13단지가 재건축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했다. 철산주공이 선수를 치고 나가며 인근 하안주공에도 재건축 불씨가 옮겨붙었다. 이에 시는 올해부터 정비기금과 시비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방에서는 대전 둔산1·2, 대구 칠곡3·성서, 광주 풍암·상무, 부산 화명2, 전북 전주아중, 강원 강릉교동2, 경남 김해북부, 울산화봉, 충북 청주용암 등이 포함된다.
부산의 경우 해운대지구가 2006년 준공돼 조만간 특별법 사정권에 들어온다. 일대에서 지난해 '그린시티상록아파트'가 부산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 조합인가를 받았고 다른 단지들도 사업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개발 청신호? 아직은 시기상조
다만 모든 단지에 당장 특별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첫 단계로 국토부가 기본방침(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또 지자체가 이에 맞춰 기본계획을 세우고,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도 돼야 한다. 일반 사업과 비교해 정부·지자체 손발이 잘 맞아야 추진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아울러 새로 기본계획을 수립할 경우 기존에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던 단지는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지역 내 재건축 속도가 다르거나 특별법에 따라 재건축 추진 유무가 갈릴 경우 주민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목동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목동신시가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했다.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고 용적률은 최대 300% 완화해, 최고 35층 5만3000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것이 골자다.
만일 특별법을 적용해 기본계획을 새로 수립하면 안전진단 규제 완화 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다만 용적률 상향 등이 이미 적용되고 있는 데다 새로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사업이 지연될 수 있어 특별법 적용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특별법을 통해 노후계획도시로 지정되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되거나 아예 면제된다. 사업성을 결정짓는 용적률 또한 최대 300~500%로 대폭 완화된다. 리모델링의 경우 수직증축 허용 가구 수를 일반 단지보다 15% 늘릴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또 택지지구가 100만㎡보다 작더라도 인접하거나 연접한 2개 이상 택지 면적의 합이 100만㎡ 이상이면 노후계획도시에 포함할 계획이어서 수혜단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