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은행권이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지면서 공공성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의 공익 성격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맞춰 분주히 움직인 금융권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공재 압박에 대한 은행들의 대응이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자금시장 경색을 염두해 은행권은 유동성 공급, 영업시간 정상화, 대출금리 인하, 예대마진 축소, 수수료 인하 등 고객 맞춤형 변화를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지난 6일 금융감독원은 2023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금융사의 책임경영 문화 확산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내부통제 역량을 제고토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금융그룹 계열사 간 공동투자 리스크를 점검해 위험평가·사후관리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그룹 사업부문장의 권한, 책임 범위, 의사결정절차 등에 대한 메트릭스 운영도 들여다본다.
이날 금감원은 금융지주와 은행의 지배구조 점검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경영진 성과보수체계가 ‘지배구조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성과지표(KPI)와 연계점을 꼼꼼히 확인하겠다는 얘기다.
이사회 운영 역시 점검 대상이다. 금감원은 은행 이사회와의 직접소통을 정례화해 이사회의 투명한 운영을 유도하겠다고 전했다. 은행 이사회는 경영전략, 내부조직 및 지배구조, 리스크관리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기구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은행별로 최소 연 1회 면담을 실시한다. 금융시장 현안이나 리스크 취약점을 공유하고 이사회의 의사결정도 지원한다.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기능 작동 여부 등도 은행권과 협의 사안으로 정했다.
지주 회장 선임에 대한 인사 절차도 들여다 본다. 금감원은 경영승계 시 검증체계 표준안 마련, 사외이사 평가체계 개선 등으로 이사회 기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셀프 연임에 정면 반박하고 나선 셈이다.
은행의 사회적 역할도 주문했다. 지난해 11월 김주현 금융 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 연말까지 95조원 규모 시장 유동성 및 계열사 자금 지원을 통한 시장 안정에 기여하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시장의 자금이 경색되자 은행을 구원투수 삼은 모양새다.
특히 은행들은 수수료 면제에 대한 당국의 요구를 적극 수용했다. 신한은행은 온‧오프라인 창구 거래 이체(송금) 수수료를 만 6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면제한다. 지난달 1일 타행 이체 수수료 전액 면제 이후 고객을 위한 통큰 결정이다. 이어 KB국민은행도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없앴고, NH농협은행도 모바일 뱅킹 이체 수수료를 면제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이달부터 이체 수수료 면제 기조를 따르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이 공공성을 인정한다면서도 시장 자율성은 크게 압박 받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은행은 민간 회사로 주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압박이 계속되면 금감원의 과도한 개입으로 볼 수 있어 ‘관치금융’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수 있다.
금감원 측은 “바젤 은행감독위원회(BCBS)도 은행 지배구조에 관해 감독당국이 지도기준을 마련해 은행 지배구조를 종합적으로 평가·감독하고, 은행 이사회와 정기적으로 교류할 것을 권고했다”는 입장으로 일각의 비판에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