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계 경제 성장률 상향 불구 韓 성장률 하향 조정
외환위기 이후 처음 日 보다 ↓...정부만 '상저하고' 낙관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한국 경제에 '성장률 쇼크'가 현실화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수출 한파가 지속되고 내수 회복세도 지연지면서 경기둔화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 반등할 거라는 '상저하고'라는 표현을 반복하고 있지만 국제기구들이 바라보는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은 이보다도 암울하다.
이같은 징후는 지난해 말부터 감지됐다.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전망 발표(11월 10일)에서 ‘2023년도 경제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반년 전인 5월 전망치(2.3%)에서 0.5%포인트를 끌어내렸다. 이는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1.6%),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등을 제외하곤 가장 낮은 수치였다.
국책연구원이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1%대 성장을 전망한 것을 두고 올해 복합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본 등을 모두 동원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낙관적 흐름이 올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제사령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위축 등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 및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다만 국제 경제기구들이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는 당국 전망과 결이 다르다. 훨씬 비관적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는데, 거꾸로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7월 2.9%에서 2.1%로, 10월 2.1%에서 2.0%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세 차례 연속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이다. IMF 전망치는 정부(1.6%), 아시아개발은행(ADB·1.5%) 등보다는 높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보다 낮고 한국은행(1.7%)과는 같다. 특히 이같은 성장률 전망치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본보다 낮은 수치다.
IMF가 올해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본 주요 지표는 무역적자와 고금리다. 기재부가 IMF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 당일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무역수지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기준금리 3.5% 수준은 여전히 긴축적인 영역에 있으며, 주택 시장은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은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4분기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은 마이너스(-) 0.4%. 분기 기준으로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반 만의 역성장이다. 수출에서는 반도체 부진이 컸다. 지난 한 해 반도체 수출액은 1292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민간소비 부진도 역성장을 부추겼다. 코로나19 방역 완화 이후 보복·지연 수요가 늘며 지난 2분기(직전 분기 대비·2.9%)부터 3분기(1.7%)까지 회복세를 보였던 민간소비가 4분기에 조정을 받으면서 0.4% 감소했다.
문제는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1월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달러(약 15조659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 연속 이어졌다. 1월 적자 폭은 1956년 관련 통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다. 1월 수출액은 462억7000만달러(56조9000억원)로 1년 전 같은 달(554억6000만달러)보다 16.6% 감소했고, 수입액은 589억5000만달러(72조60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2.6% 줄었다.
경제 버팀목이자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 악화 영향이 컸다. 1월 반도체 수출액은 60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4.5%(48억달러) 감소했다.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다.
내수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12월 소비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2.5% 줄어 전월(-2.1%)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1월 기준으로 집계한 소비자심리지수도 90.7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수출과 내수는 줄고 있는데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가스 등 ‘난방비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5.04%에서 1월 5.18%로 확대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초 정부가 올해 우리 경제를 ‘상저하고’로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상저’ 상황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한은 조사국은 최근 ‘향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이후 글로벌 공급망 압력이 완화됐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중기적으로는 경제적·지정학적 분절화가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