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공인중개사 업계가 고사상태에 빠졌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시장 급락은 진화되고 있지만 고금리로 인해 거래 반등을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늘어나는 월세 비중도 중개사의 숨은 고충이다. 전월세전환 방식과 중개수수료 계산법이 달라, 같은 집이어도 월세로는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만538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 10만건을 웃돌던 매매 건수는 2021년 4만9751건으로 급감한 뒤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계약갱신 제외)의 경우  국토교통부실거래가시스템 기준 7만7561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거래 건수도 2017년 10만건을 넘어섰지만 갱신청구기간이 최장 4년으로 연장되며 급감했다. 정부의 1.3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거래는 다소 증가하고 있지만 거래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한번에 10배 가까이 늘어나야 하는 셈이다. 겪어본적 없는 거래절벽에 공인중개사들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중개사들은 "작년에는 이를 악 물고 버텼지만 올해는 어떨지 알 수 없다"면서 "매매가 없어도 전세가 있다면 살겠지만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월세 선호 현상도 중개사들을 힘겹게 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공인A 대표는 "8억짜리 전세를 계약하면 수수료가 320만원이다"며 "하지만 보증금 4억원에 월세 120만원 반전세로 바꾸면 수수료는 20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5억3000만원짜리 전세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고 했다. 현재 공인중개사의 법정 수수료율은 임차 기준 0.3~0.8%에 책정됐다. 전세는 보증금액에 이를 그대로 곱하면 되지만 보증부 월세는 계산법이 조금 복잡하다. 월셋값에 100을 곱하고 그 금액에 보증금을 더한 것을 기준으로 한다. 반면 통상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보증금 1억원 당 월세 30만~40만원을 적용한다.  만일 1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으면 공인중개소는 최소 30만원을 수수료로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전부 월세로 바꿀 경우 보증금으로 인정되는 금액은 월세 30만원에 10을 곱한 300만원에 불과하다. 중개사 손에 떨어지는 수수료는 9만원 돈이다. 분명 똑같은 집인데 수수료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 공인A 대표는 "월세 3건 해봐야 전세를 1건과 마찬가지다"면서 "매매도 전세도 없고 그나마 문의가 오는 것은 모두 월세이니 그야말로 곡할 노릇이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인중개소를 아우르는 공통 분모는 폐업 사태다.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서울 주간아파트값 하락률이 -0.70%대에서 -0.30%대까지 그 폭을 줄였음에도 우려가 적지 않다. 금리 인하까지 수년이 거릴 것으로 예상돼,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 완만한 회복세로 접어둘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공인중개사 폐업 건수는 1908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1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