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전문가들 "최대 20만명, 여전히 건물 잔해에 갇혀"
美 지질조사국 "사망자 10만명 이상일 가능성 24%"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규모 7.8과 7.5의 두 차례 강진으로 인한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의 누적 사망자 수가 9일(현지시간) 2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 수(1만8500명)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최대 20만명의 시민이 여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인명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AF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지진 발생 나흘째인 이날 누적 사망자가 1만7134명으로 공식 집계됐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의 사망자는 3162명으로 늘어났다. 두 국가를 합친 사망자는 2만296명에 달한다. 시리아와 튀르키예에서 총 부상자 수는 최소 7만5592명으로 늘었다.
현재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에 따른 전체 사망자가 최악의 경우 2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지부 선임비상계획관은 "다음 주부터 사망·부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이번 주 사망자가 이미 2만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지진 과학자인 오브군 아흐메트는 붕괴한 건물 아래에 갇혀 있는 시민들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면서 "세계는 이런 재난을 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도 심각한 상황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지원이 몰리는 튀르키예와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는 '구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다행히 이날 처음으로 시리아 서북부 반군 장악 지역에는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6대가 시리아 서북부 국경을 넘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강진 발생 후 인명 구조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훌쩍 지나면서 희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명구조 전문가들은 지진으로 인한 매몰자가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72시간으로 보고 있다.
일란 켈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재난보건 교수는 "지진 생존자의 90% 이상이 72시간 이내에 구조됐다"며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경우에는 눈과 비를 동반한 영하의 날씨 탓에 건물 잔해에 갇힌 사람들이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생명을 구할 골든타임은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한 명이라도 더 구출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적 같은 구조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전 6시30분쯤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에서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 갇혔던 5세 소녀와 부모가 73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가지안테프에서도 지진 발생 76시간 만에 파괴된 건물 속에서 3명이 구출됐다. 하타이 지역에서는 잔해에서 66시간을 견딘 생후 7개월 아기가 구조됐다. 튀르키예 현지에 급파된 우리나라 긴급구호대도 활동 개시 첫날 70대 남성, 40세 남성, 2세 여아, 35세 여성, 10세 여아 등 총 5명을 구조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 이상이 될 가능성이 24%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틀 전 14%에 비해 10%포인트(p)나 뛴 셈이다. 지진 직후 최초보고서에서는 10만명 이상 확률이 0%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