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한국노총 금속노조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삼성연대)의 세전이익 20% 성과급·자사주 53주 지급 등 강경한 요구에 맞닥뜨렸다. 노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단독 교섭도 요구하고 나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연대는 지난주 공통급 인상률 10%, 임금피크제 폐지, 정년 65세 연장 등 ‘2023년 임금인상 및 제도개선 10대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삼성연대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삼성SDI울산노조 등 삼성 계열사 11개 조직으로 구성돼있다.
삼성연대의 요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공동요구안은 2021년 5개에서 2022년 6개, 올해에는 10개로 증가했다. 노조는 지난해처럼 세전이익 20% 성과인센티브(OPI)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및 정년 연장 등을 동일하게 요구하되 이재용 회장과의 단독 교섭, 대표이사 단체교섭 참석, 모회사-자회사간 동일처우 등을 추가했다.
그러나 경기침체 장기화로 올해 반도체에만 조 단위 적자가 유력한 상황에서 이 같은 노조의 요구는 회사의 경영현실과 동 떨어진 주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한파’ 등으로 실적이 급감해 비상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조3061억원으로 2014년 3분기(4조600억) 이후 8년 만에 4조원대에 그쳤다.
삼성연대는 “결단하면 상생의 길이 열릴 것이고 거부하면 삼성 노동자의 분노와 투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삼성연대 소속이던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2일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자판매·삼성전자서비스 등 8개 노조와 함께 ‘삼성 전자계열사 노조연대’를 출범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는 삼성 노조들 사이에서도 입장차가 적지 않다는 의미”라며 “노사가 함께 성장하고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