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금·가입자 수 등 외형적인 면에서 꾸준한 성장 지속
전체 선수금 99.1% 대형업체 몫…영세업체 “사실상 폐업”
[매일일보 김혜나 기자] 상조업계 선수금의 대형업체 집중도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경기 한파가 지속하자 상조업계는 상품 영역 다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혜택을 늘려 서비스 내실을 강화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함이다.
국내 상조산업은 성장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2022년 4분기 선불식 할부거래업 주요 변경 사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9월 개정 할부거래법 시행 이후 전체 상조업체의 가입자, 선수금 및 소비자피해 보상보험 계약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2011년 355만명이었던 가입자 수는 2022년 9월 757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선수금액 역시 2조1817억원에서 7조8974억원으로 약 3.6배 증가했다.
다만 이는 대형업체 중심의 성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정위의 ‘2022년 하반기 선불식 할부거래업체 주요 정보 공개’에 따르면, 가입자는 대규모 상위 업체로 집중됐다. 가입자 수 5만명 이상 업체 수는 21개사로 전체 업체 수의 29.2%, 가입자 수는 702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92.7%다. 반면 가입자 수 1000명 미만인 업체 수는 12개사로, 해당 업체들의 가입자 수는 약 5100명이다. 전체 가입자의 0.1%에 불과하다.
선수금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선수금 100억원 이상 대형업체 44곳의 선수금은 7조8239억원으로 전체 선수금의 99.1%에 달한다. 선수금 100억원 미만인 중소업체 수는 전체의 약 38%인 28개사다.
특히 자산규모 1위 프리드라이프의 지난해 3분기 선수금은 1조8019억원으로 1분기 대비 1539억원 늘며 전체 선수금 중 20% 이상을 차지했다. 프리드라이프는 ‘좋은라이프’, ‘금강문화허브’, ‘모던종합상조’와의 상조 4개사 통합에 이어 여행전문 법인 ‘프리드 투어’ 합병을 완료했다. 5개사 합산 규모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총 선수금 약 1조8000억원, 총자산 2조2000억원을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소업체들은 신규 회원을 모집하지 못한 상태로 기존 회원에 대한 행사만 진행하며 간판뿐인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사실상 폐업 상태라는 것이다. 중소 상조업체들은 고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상승,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영업부진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 다각화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소비심리 위축은 상조 등 부금상품을 취급하는 업종에 특히 큰 위기다. 향후 경조사를 대비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의 특성상, 경제적 어려움이 직면하면 경조사 대비를 철회하고 해약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외형적으로는 8조원 성장을 목전에 뒀지만, 최근 몇 년간 규모 있는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자본금 상향 조치와 회계감사 의무화 등의 규제, 경제위기에 따른 경영난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5년간 폐업한 상조업체가 60곳에 달하지만, 이는 지난 2019년 1월 시행된 할부거래법에 의해 업체 등록 자본금 요건이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증액되며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진행된 것”이라며 “아직 해지 비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각종 경기 지표가 좋지 않은 만큼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다방면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세업체의 폐업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가 상조업체의 폐업 사실을 알지 못해 선수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면서 주의가 요구된다.
공정위는 “소비자는 계약한 상조업체의 영업 상태와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기관의 공지사항 등을 주의 깊게 살펴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내상조 찾아줘’ 누리집을 통해 업체의 영업 상태, 선수금 납입 내역, 선수금 보전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공정위는 선불식 상조 시장이 지속 성장하는 만큼 상황을 점검하고, 지난해 2월부터 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된 선불식 여행업 시장에서도 소비자 권익 보호에 앞장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