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백신 연구에 20억 달러 투자… 日企 성과 도출 '눈앞'
中,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술 수출 제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 총력
韓, 규제 지원 일원화 '컨트롤타워' 부재 지적
[매일일보 이용 기자] 일본과 중국이 자국의 제약바이오 산업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국내도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정부 차원의 노력이 시급하단 지적이 모아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타국에 뒤처진 백신 산업 강화에 나섰고, 중국은 세포 유전자치료제 시장을 두고 미국과의 패권 다툼을 예고하는 등 저마다 제약바이오 집중 투자 분야를 선정했다. 세계적인 과학 전문 학술지 네이처는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더디다는 점을 인식하고 백신 연구 이니셔티브에 미화 20억 달러를 투자해 미래 전염병에 신속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백신개발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국가의 백신개발 추진 사령탑 기능을 갖춘 ‘선진 연구개발전략센터(SCARDA)’를 발족했다. 일본의 백신 산업 강화 기조에 맞춰 기업들의 연구도 탄력을 받아 성과를 눈앞에 둔 상태다.
일본의 제약사 시오노기는 코로나19 재조합 단백질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시오노기는 국내 일동제약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도 성과를 낸 상태다. 초콜릿 등 과자로 유명한 메이지 홀딩스의 자회사인 케이엠 바이오로직스도 불활성화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에 대해 금년 6월 승인을 목표로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이찌산쿄는 지난해 11월 자사의 코로나19 백신 DS-5670의 임상 1, 2, 3상의 결과에서 해당 후보물질이 부스터로 제공되었을 때 화이자나 모더나의 mRNA 백신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중화항체를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현재 백신 시장에서 화이자와 모더나의 위상을 생각하면, 상업적으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이이찌산쿄는 일본 최초 mRNA 백신 공장을 건설하는 중으로, 2024년까지 년간 2천만 도스의 생산 용량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본 정부의 지원으로 2027년까지 추가 증설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기적으로 필요한 양의 백신 생산이 가능할 수 있으며, 코로나19 백신 대신 다른 백신의 생산에도 사용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다.
해당 mRNA 공장이 얼마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지는 일본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지 업계서는 일본 정부의 지원으로 공장을 확장하는 만큼, 정부가 충분한 물량을 계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상무부는 유전자편집 및 합성생물학 등 바이오의약 기술 수출 제한 추진했다. 중국 상무부 통지문에 따르면, 대외무역법 및 기술수출입관리규정에 근거해 중국의 수출제한기술목록 개정을 추진했다. 기술수출은 특허권 또는 특허출원권이전, 특허시행허가, 기술비밀이전, 기술서비스 등을 통해 중국 내에서 해외로 기술을 이전하는 행위를 말하며, 개정안에는 최근 급성장세를 보인 바이오의약 분야도 포함됐다. 인간 관련 세포 클로닝 및 유전자 편집 기술, CRISPR유전자편집기술, 합성생물학기술 등이다. 사실상 차세대 먹거리 분야에 대한 기술 유출을 우려해 직접 산업 보호에 나선 것이다.
반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일본·중국과 같은 중점 사업이 없어 지원이 중구난방인 상태다. 백신의 경우, 정부는 최근 상반기 내 K-바이오백신펀드 5000억원 조성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다만 엔데믹 여파로 백신의 중요성이 급감하는 만큼, 수익성이 낮아 투자가 저조할 가능성이 있다. 민간투자 유치를 이끌어 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전부터 강조했던 ‘백신 주권’ 강화와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 부처가 바이오헬스 분야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세부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이에 대해 별다른 기대감이 없는 상태다. 실제로 올해 보건의료 R&D 연구개발 예산안을 살펴보면, ‘신규 범부처 감염병 방역체계 고도화’ 같은 사업만 해도 복지부, 질병청, 산업부가 같은 목적의 사업을 쪼개서 지원하도록 했다.
업계는 분산된 정부 기관의 규제·지원을 일원화하는 컨트롤타워, 즉 윤석열 정부가 약속했던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가 아직도 부재한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SCARDA는 사실상 국내 업계의 숙원인 컨트롤타워의 '백신 버전'이나 다름없다. 해당 기관은 기초부터 탐색연구, 비임상, 임상시험, 제조까지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한국제약바이오 협회 관계자는 “비효율적인 업무와 예산 집행을 피하려면 민간, 부처 간 협력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혁신위원회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