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바이오, 농심-건기식… 실패 산업에 재도전
정부 재도전 지원, 소상공인에 집중… 중기 도전 기반 마련해야
[매일일보 이용 기자] 기업들이 철수했던 산업에 다시 도전하며 신규 사업 영역을 다시 개척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J, 농심 등은 과거 한차례 물러난 적 있던 사업에 재도전해 일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사업 확대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CJ는 2018년 CJ헬스케어를 매각하고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철수했지만 2021년 레드바이오 전문 자회사인 CJ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다만 지난해 대비 누적 매출액은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CJ바사는 오히려 차세대 먹거리 산업인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과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R&D) 비용을 예년보다 2배 이상 늘리는 등 R&D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는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과거 CJ헬스케어의 실패 사유 중 하나로 복제약 사업에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제 안정된 수익원을 바탕으로 치료제를 직접 개발해 미래 가치를 창출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2015년 검은콩펩타이드로 건기식 시장에 진출했지만 판매부진으로 생산을 중단했던 농심도 다시 건기식 사업 재도전에 나섰다. 농심은 2020년 종합 건기식 브랜드 ‘라이필’을 선보였고, 지난해 말 천호엔케어 인수합병을 추진했을 정도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합병은 결국 무산됐지만 신동원 농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건기식 사업 고도화해 육성하라”는 주문을 내렸을 만큼, 재도전 의지는 확고하다.
얼어붙은 한일관계로 일본인의 외면을 받아 하향세를 탔던 뷰티업계도 다시금 일본 시장에 도전하는 중이다.
다만 이미 실패했던 재도전 기회는 대기업의 전유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실패는 곧 기업의 존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와 건기식, 뷰티업계 모두 중소기업이 많이 포진된 사업영역인 만큼, 대기업의 독주를 막고 중기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기업의 도전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희망리턴패키지와 재도전성공패키지 등을 통해 재도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해당 정책은 다소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에 치우쳐져 있다는 평가다. 올해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도 예산은 13조5205억원이다. 그중 소상공인들의 빠른 재기를 위해 경영개선·폐업·재도전 연계 희망리턴패키지 사업 예산을 올해 대비 26% 증액 편성(1464억원)했다. 자영업자고용보험 지원 대상을 1인 소상공인에서 전체 소상공인으로 확대(50억원)한다.
또 지난달 중기부는 특허청과 함께 ‘2023년도 재도전성공패키지’ 사업에 참여할 (예비)재창업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재도전성공패키지는 사업 경험과 우수한 아이템을 보유한 예비재창업자 또는 재창업 3년 이내의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화 자금, 재창업 교육, 멘토링 등 재창업 전 단계를 일괄 지원하는 사업이다.
경기 안성의 플라스틱 사출 공장 관계자는 “제품 대량생산으로는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과 인도 기업을 당해내기 어렵다. 결국 대기업의 방식처럼 프리미엄 사업으로 전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그러나 소수로 운영되는 자영업자와는 달리, 직원과 장비가 많이 딸린데다가 빚으로 운영되는 일정 규모의 중기는 지원도 받기 힘들고, 변신에 실패할 경우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