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단으로 3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당초 양곡법 개정안을 놓고 야당은 강행 처리를 예고한 반면, 여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사로 강하게 맞붙었던 만큼 3월 임시국회에서도 전운이 예상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제출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에 대해 "오늘 제출된 변경 동의는 표결을 미루고 여야 합의를 이어가 달라"며 표결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선포한 상황에서 의장으로서 국회의 입법권이 존중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국민의힘이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합의안을 도출하겠다고 하니 3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 소집일까지 협의할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제출한 변경 동의는 이날 본회의 의사일정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추가하고, 이를 기존 의사일정 11항에 앞서서 처리하자는 내용이다.  현행 양곡관리법에는 쌀 초과 생산량 3% 이상 또는 5% 가격 하락 시 정부는 쌀을 '매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민주당의 안은 이를 '매입해야 한다'고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은 쌀값 안정과 식량 안보를 위해 정부의 의무적인 매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이를 놓고 여당이 쌀 공급 과잉과 정부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반대하자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등 갈등은 격화됐다. 여야의 극한 대립에 의장은 쌀 초과 생산량을 3~5%, 가격 하락 폭을 5~8%로 조정하고, 쌀 재배 면적이 증가하면 매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예외조항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 안을 수용했지만, 여당은 정부 측 반대를 이유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여야는 각각 '민주당 단독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대립했다.  김 의장이 양곡법 개정안 처리를 3월로 연기하면서 여야 합의을 촉구했지만,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앞서 김 의장은 27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다수당으로서 합의 처리 노력을 마지막까지 기울여 주시고, 국민의힘도 협상에 적극 임해 합의를 해달라"는 말에 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한 바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본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방법이 없다"며 "거부권 행사 밖에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이 김 의장 중재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 의장도 3월 첫 번째 본회의까지 합의가 안 될 경우 야당 수정안대로 표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극적 합의 가능성은 열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