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강소슬 기자] 한국으로 통하는 첫 번째 관문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중국 정부의 지원 사격을 받으며 막대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참여하면서 국내 면세점 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정부 인허가 사업인 면세사업은 대표적인 외화벌이 사업이다. 중국은 왜 한국을 택했을까. 대부분의 해외 국가들은 자국 기업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과 필리핀 등은 공항면세점은 공항공사와 국영 면세점만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역시 해외 사업자가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도 진입 자체가 어렵다. 반면 한국은 참여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는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미널(T2)을 통합한 면세점 사업권 입찰 참가 신청을 받은 뒤 지난 28일 사업제안서와 가격 입찰서를 받았다. 인천공항공사는 사업제안평가점수(60점)와 가격평가점수(40점)를 합산해 고득점순으로 적격사업자를 복수 선정해 관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최종 면세점 특허 심사를 진행하는 관세청은 인천공항의 평가 결과를 50% 반영해 1곳의 낙찰 대상 사업자를 선정하며, 신규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는 7월부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면세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약 3년간 실적 악화를 겪어왔기 때문에 이번 입찰에서 무리한 가격을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CDFG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지난 2020년부터 한국을 제치고 3년 연속 글로벌 매출 1위에 올라선 중국 국영기업이다.
CDFG는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워 입찰가를 높게 제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 면세업체들 입장에서 위기인 상황이다. 실제 CDFG가 입점하게 되면 중국의 자국 제품 소비문화인 ‘궈차오’ 현상으로 인해 국내 면세점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인 고객을 잃을 수 있다.
CDFG을 포함한 중국 면세업체들은 상품 신뢰성 때문에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유치 이력이 없다. 2018년 면세특구 하이난 지방정부가 ‘가짜 없는 하이난 운동’을 선언했을 정도다. CDFG 입점시 중국계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위조품 유통 증가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7057만명으로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여행객이 이용하는 공항이다. 출국장 면세점 전체 매출 중 내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45% 수준, 중국인은 42%다. 인천공항공사는 2030년 약 1억2000만명의 여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세계적인 공항으로 만든 데는 국내 면세업체들의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CDFG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신규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국내 면세점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입찰가를 높이 적어 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인천공항면세점이 외화벌이가 아닌 외화유출 판으로 바뀌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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