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盧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 방식과 유사
비명계 "이 대표 지지자 뜻대로 가자는 이야기"
[매일일보 문장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최소 31표 이상의 당내 이탈표가 나와 이 대표 리더십이 치명타를 입었다. 비이재명계(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 거취에 대한 압박이 터져나오고 있다. 친이재명계(친명계)는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이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방식으로 난국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명계 5선 중진 안민석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비명계로부터 촉발되고 있는 이 대표 사퇴 요구에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안 의원은 "당원들이 뽑은 당 대표이니 사퇴 여부는 당원들에게 물어보는 게 마땅하다"며 "이 대표 사퇴 요구와 또 다른 체포영장 청구가 나왔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런 문제는 이미 의원들이 결정하기에는 너무 위기 상황"이라며 주장했다. 이어 "(의원) 개개인의 의견보다는 신속하게 중앙위를 소집해 당원 전원 투표로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의원총회보다 높은 수준의 당 회의체에서 이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당내 불거지는 이 대표 사퇴론을 조기에 잠재우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중앙위는 당 대의기관으로, 전국의 당원을 대표하는 당의 최고대의기관인 전국대의원대회의 수임 기관이다. 당 대표를 포함해 원내대표, 최고위원, 사무총장 등 지도부와 상임고문 및 전국위원회 위원장 등 800명 이내로 구성된다.
안 의원이 "중앙위에서 대표급 당 내외 인사들 500~600명이 총회를 거쳐 당의 중요한 의사, 전략을 결정한다"며 "이 대표 사퇴 문제, 이후 백현동 그리고 쌍방울 영장 청구가 왔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 50억 클럽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 의원의 '전 당원 투표'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취임 8개월 만에 국민투표로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방식과 유사하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을 "위법하다"고 판단하며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전 당원 투표는 권리당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로, 민주당은 앞서 지난 총선 때 전 당원 투표로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했고, 4·7 재보궐선거 때도 서울·부산시장 후보 무공천 결정을 뒤집은 바 있다.
안 의원과 같은 제안은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도 나왔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 청원게시판에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다음 날 중앙위 소집 요구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 당원은 "이재명 없는 민주당은 몰락할 것이다. 당 대표와 민주당 지키는 데 힘을 실어달라"며 "이제 당론을 결정하는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를 그만 다루길 바란다. 반드시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 대표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명계에서는 전 당원 투표로 이 대표 재신임을 묻는 것을 사실상 '셀프 구제'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권리당원 상당수가 이 대표 지지자인 만큼 결과는 정해져 있고, '짜고 치는 고스톱' 모양새로 비명계를 압박하리라는 것이다.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권리당원 대부분이 이 대표의 열띤 지지자들인 것은 다 알고 있다"며 "그걸 통해서 (재신임을) 하겠다고 하는 거는 그냥 싸움만 하고 끝장을 보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절한 것도 아니고 또 안민석 의원도 그게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감정상의 표출이 아닐까 싶은데 지금 문제는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이 대표가 갖고 있는 사법적 의혹에 대해 앞으로 수사가 더 가중될 테고 재판도 많아질 텐데. 이런 문제들을 당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하고 차단시킬 수 있을까. 이런 것이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이 대표의 거취 결정을 촉구했다.
조응천 의원도 라디오에서 "(전 당원 투표하면) 그분들(이 대표 지지자)이 문자 보내시고 그렇게 할 건데 의향은 뻔하지 않나"라며 "그분들 뜻대로 가자는 이야기로밖에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또 "옛날에 위성 정당 만들 때나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당헌·당규에 반해서 출마시킬 때도 다 전 당원 투표 결과로 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