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가상자산을 제대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원칙은 명확히 세우되 세부적인 면에서는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운용의 묘가 필요합니다.”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매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일률적인 기준이 없으면서도 적용은 경직돼 있어 현실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같이 밝혔다.
△ 코인법, 혁신과 안정의 균형 잡아야
가상자산 업계는 급변하고 있는 반면 가상자산 관련 규제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2021년 11월 가상자산 관련 입법 논의를 시작해 현재 국회에는 17건의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규제 공백이 이어지면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 대표는 가상자산업계의 문제점으로 현행 규제와 산업 현장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최 대표는 “금융혁신과 금융안정의 균형을 잡는 일은 상당히 지난하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를 해야 하는 당국 입장에서는 금융안정이 금융혁신보다 우선할 수밖에 없지만 이 과정에서 만족스러운 금융혁신이 진행되기 어렵다”며 “결과적으로 가상자산 이용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의 금융화는 아직 완전하게 가보지 않은 길”이라며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 규칙을 만들어 제도권 내로 흡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토큰증권, 가이드라인 나왔지만 여전히 불투명
가상자산은 증권성 유무에 따라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뉜다. 이 중 증권형 가상자산인 토큰증권(STO) 가이드라인이 지난달 발표됐다. STO는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발행한 증권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STO는 자본시장법을 따르며 발행과 유통 주체가 분리돼야 한다.
최 대표는 “STO에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프라이빗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한다면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큰화를 한다고 유동성이 생기진 않는다”며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아 국내에서만 유통하게 된다면 가상자산의 큰 장점인 글로벌 유동성을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유통되고 있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매우 어려우나 이를 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개별 검토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상반기 중 ‘DCG 디폴트’ 리스크 유의해야
규제가 미비한 탓에 가상자산업계에서 시장 리스크는 특히 파장이 크다. 지난해 상반기 테라-루나 사태가 일어난 데 이어 하반기에는 글로벌 2위 거래소 FTX가 파산했다. 올 상반기 가상자산 시장의 최대 변수로 최 대표는 오는 5월 만기가 돌아오는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의 채무 상환 문제를 꼽았다. 가상자산 벤처캐피탈 DCG는 그레이스케일, 제네시스, 코인데스크 등을 보유한 코인업계 큰손으로 ‘코인재벌’로 불린다. DCG의 자회사 제네시스 부채는 최대 110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 대표는 “DCG의 부채 문제가 올 상반기 폭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네시스가 투자한 FTX가 파산하면서 채무 상환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며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DCG뿐만 아니라 DCG의 자회사 그레이스케일펀드에도 영향을 준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레이스케일펀드의 주요 고객이 기관투자자들인 걸 고려한다면 상반기 가장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