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피해자만 고통 받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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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피해자만 고통 받는 대한민국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3.03.12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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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폭 심의 건수 2만건… 대면수업 후 증가
작년 1학기 전학·퇴학 처분 4.7%… 피해 학생 분리 보호 어려워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 학교폭력 연루 사건이 알려져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사건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정 변호사 측이 아들의 학교 폭력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이어가며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육부의 학교폭력 처리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과 비난이 커지고 있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전국 초·중·고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심의 건수는 9796건이었다. 2학기를 포함하면 작년 학폭 심의 건수는 2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학폭위 심의 건수는 코로나19 이전 연 2만∼3만건 수준이었는데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실시된 2020년 8357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대면수업이 재개된 2021년엔 1만5653건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대면수업으로 전환된 이후 학교폭력이 늘어난 가운데 가해자에게 전학 이상의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해 피해 학생과의 분리가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가 조사한 결과 작년 1학기 17개 시·도 학폭위에서 심의한 9796건 중 가해자 4.7%만이 전학(4.5%)·퇴학처분(0.2%)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학·퇴학처분 비율은 2020년 8357건 중 8.6%, 2021년 1만5653건 중 6.7%에 그쳤으며 해가 갈수록 점점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전학·퇴학처분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폭위가 가해 학생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징계다. 이보다 징계가 약한 학급교체, 출석정지와 달리 공간적으로 가해자와 피해 학생을 더 확실하게 분리해 피해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처분이다. 문제는 전학·퇴학처분 비율이 낮을 뿐 아니라 전학·퇴학처분을 내려도 가해자가 법원에 집행정지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학교가 전학·퇴학처분을 집행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가해자 측은 본안 소송에 앞서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내는 경우가 많다. 집행정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처분 효력을 잠시 멈추는 결정이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학교가 처분을 집행할 수 없어 피해 학생으로부터 가해자를 떼어놓기가 어렵다. 피해 학생과 가족은 보복에 대해서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1월께 경북 김천의 한 고등학교에선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1학년 A씨가 피해 학생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거나 바지를 내리는 등 폭행과 언어폭력 행위로 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1월12일에서야 법원이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피해 학생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다가 자진해서 전학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정신·육체적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대학교에 진학해도 트라우마는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애리 순천대학교 교수와 김유나 유한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아동기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초기 성인기 심리정서적 어려움 및 자살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는 만 19세 이상 27세 미만 대학생 1030명에게 학교폭력 피해 경험과 자살 생각·시도 여부 등을 설문하고 답변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설문 대상자의 34%(353명)가 학교에서 언어·신체적 괴롭힘 등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대학생의 54.4%(192명)는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13%(46명)는 자살을 시도했다고 답했다. 학교 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에 제출한 ‘학교폭력 근절대책 추진방향’ 자료를 보면 교육부는 학폭 가해자에 대한 조치로 학폭 조치사항의 대입 전형 반영,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보존기간 연장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또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피해학생 즉시 분리 조치와 학교장 긴급조치를 강화하고 피해자 대상 맞춤형 심리상담 지원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3일 이내에 가·피해학생 즉시분리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피해 학생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이를 더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런 기본 방향을 중심으로 이달 말까지 구체적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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