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연방준비제도·연방예금보험공사 공동성명
13일부터 예금 접근 가능…재무부 "납세자 부담 없고, 구제금융 아냐"
13일부터 예금 접근 가능…재무부 "납세자 부담 없고, 구제금융 아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유동성 위기로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 정부가 SVB 고객 돈을 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SVB에 맡겨진 예금은 약 1750억달러(약 231조5200억원)다.
재무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현지시간) "우리는 (미국의) 은행 체계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해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결정적인 행동에 나선다"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재무부 등은 성명에서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연준과 FDIC의 권고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모든 예금주를 완전히 보호하는 방식의 사태 해법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VB의 모든 예금주는 13일부터 예금 전액에 접근할 수 있으며, SVB 손실에 관해 납세자가 부담하는 비용도 없게 됐다. 다만 재무부는 주주와 담보가 없는 채권자 일부는 보호받지 못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SVB 고위 경영진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전했다. 재무부는 SVB 붕괴 여파로 미 뉴욕주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은행이 폐쇄된 가운데, 이 은행들에 대해서도 유사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재무부 고위당국자는 이번 조치는 고객의 예금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지분과 채권에 투자한 이들은 "쓸려 나갈 것"(wipe out)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이들 은행을 "구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 정부의 이번 조치는 SVB 사태가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 개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SVB는 자산 규모로는 미국 내 16위 은행으로 지난 40년 동안 미 실리콘밸리 기업의 돈줄로 여겨졌다. 그러나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 국채 가격이 폭락하며 붕괴되기 시작했다. SVB가 채권 손실을 메우기 위해 20억달러 이상의 주식 발행으로 자본 조달에 나선다는 내용을 지난 8일 주주들에게 전했고, 회사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예금주들은 자신들이 맡긴 돈의 90%가 금융당국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자 단 이틀 사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나섰다. 예치금을 돌려주기 위해 18억달러의 손실을 감수하고 210억달러(27조7830억원)의 채권을 매각했다가 파산을 맞게 됐다. 미국에서 은행이 파산하면 연방예금보험이 한 은행 계좌당 최대 25만달러까지 보호한다. 스타트업 기업들을 상대하는 SVB의 경우 전체 예금의 90% 정도가 보험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져 금융권을 긴장시켰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