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비 관행 1·2심 법원 판단도 엇갈려 논란 가증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정부와 건설노조가 이번에는 준법투쟁을 두고 대립 중이다. 노조가 안전지침 준수를 주장하며 준법투쟁에 돌입하자 정부는 이를 고의적인 태업으로 보고 면허정지 카드를 꺼내든 상황이다. 타워크레인 기사의 월례비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면서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14일 국토교통부는 최근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태업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작업을 거부하는 경우 면허를 정지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2일 준법투쟁에 돌입한 이후 공사지연 우려가 커지면서 대응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 최대 12개월간 면허정지가 가능해졌다. 국토부는 일반사항과 근무태도, 금지행위, 작업거부 등 4개 분야 15개 세부유형을 지정했다. 이 중 특정유형을 월 2회 이상 위반하면 성실의무 위반으로 판단하고 국가기술자격법상 처분요건을 확인해 면허정지 절차에 착수한다.
구체적인 사례로 조종사가 타워크레인 연결부 상태 점검 등을 핑계로 작업을 중단하는 경우 등을 제시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판단 주체는 조종사가 아닌 원도급사나 임대사라는 것이다. 순간풍속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조종석에서 이탈하는 것 또한 면허정지 처분 사유로 봤다.
이외에도 중량물을 인양하는 동선 아래에 작업자가 없음에도 타워크레인 반경에 작업자가 있다는 이유로 인양 거부하는 경우, 작업계획서에 포함된 인양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경우 등을 내걸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 건설기술진흥법, 산업안전보건법과 더불어 최근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을 제시했다. 준법투쟁이라는 건설노조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한 셈이다.
노조 측은 이번 투쟁지침으로 △주 52시간 근무시간 준수 △순간풍속이 초속 10m를 초과하는 바람이 불 경우 작업 중지 △인양물이 명확히 보일 경우에만 작업 진행 △인양물을 사람 위로 통과시키는 행위 금지 △땅속에 박혀있거나 불균형하게 매달린 인양물 인양 작업 금지 등을 제시했다.
정부는 건기법과 산안법을 들어 건설공사의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은 노동자가 아닌 원도급사와 임대사에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노동계는 산안법의 작업중지권과 긴급대피권을 보장하고 이를 행사한 노동자에 대해 불리한 처벌을 내리지 못하도록 한 점을 근거로 들며 맞서는 중이다.
월례비 자체의 위법성 관련해서도 양측은 갈등하고 있다. 국토부는 노조가 파업과 태업 등으로 월례비 지급을 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노조 측은 월례비에는 위험 수당과 추가 근무 수당이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다. 월례비 관행을 개선하려면 건설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법 판단도 엇갈렸다. 최근 광주고등법원은 D건설업체가 타워크레인 회사에 소속된 조종사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항소심에서는 조종사들의 편을 들었다. 1심에서는 월례비를 '부당한 관행'이라고 판단한 반면, 항소심에서는 '정당한 임금'으로 인정한 것이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월례비를 양지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금은 중재보다 단속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한편 파업 사태가 길어지며 기업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월례비 관행은 장기적으로 보면 사라져야할 것이 맞다"면서도 "정부가 이렇게 나서면 기업 차원에서는 협상을 진행할 길이 없다. 실적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