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사, 전기료·5G투자 부담 늘어
매일일보 = 신지하 기자 | 국내 이동통신업계를 향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로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5G 네트워크 투자도 늘려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반면 해외 통신사업자들은 물가 인상, 네트워크 시설투자 등에 대응해 통신비를 오히려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영국의 주요 통신사들은 물가 상승을 이유로 다음 달부터 요금을 14%가량 인상하기로 했다. 브리티시텔레콤(BT)과 EE는 통신비를 기존보다 14.4%를, 버진미디어O2는 16%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북미 지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도 지난해 비용 상승과 임금 인상을 이유로 2년 만에 요금을 인상했다. 같은 해 AT&T도 일부 요금제를 월 6~12달러 수준까지 높였다.
유럽 통신사들은 물가 상승 외에도 시설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오는 2030년지 유럽 전역에 5G와 광가입자망(FTTH)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다. FTTH는 통신사 통신실에서 각 가정까지 설치되는 광케이블 통신망을 말한다. 독일 통신사 도이치텥레콤 AG와 영국 BT는 현재 초기 단계에서 FTTH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내 통신사들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유럽과는 반대로 정부로부터 요금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이미 5G 중간요금제 출시와 e심 도입으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하락 등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료 인상과 5G망·신사업 투자 재원 마련까지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부담이 한층 커졌다.
통신사들은 전기료가 오르면서 기지국과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설비 운영 부담이 커졌다. 통신 3사가 작년 한해 동안 전력 비용에 지출한 금액은 9679억원으로 1년 새 9.7% 상승했다. 통신사들은 5G망과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통신 3사가 최근 4년간 집행한 설비투자액(CAPEX)은 31조원에 달한다. 올해도 농어촌을 포함해 5G 전국망 구축에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으로 통신사가 데이터센터와 기지국에 지출하는 비용만 일년에 수천억원에 달한다"며 "가정에서도 전기료와 난방비 인상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상황인데 통신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