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재명 대표 압박 카드로 활용할 듯
정의당, 당론 정하고 민주당 동참 강조
매일일보 = 이진하 기자 |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방안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 불체포특권을 행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따로 논평을 내지 않았지만, 정의당은 당론을 찬성으로 정하고 민주당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무부가 22일 "하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법위반, 청탁금지위반 혐의와 관련해 창원지방법원 판사의 체포 동의 요구에 따라 국회에 체포동의 요청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하 의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회법에 따라 하 의원 체포동의안은 2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보고되고, 이후 24~72시간 이내에 표결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하 의원에 체포동의안을 가결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2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개인의 신상 관련 문제는 원칙적으로 그동안 쭉 자율투표를 해왔다"며 "주호영 원내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가 사실상 우리 당의 입장이라고 했기에 의원들께서 그런 입장을 존중해 표결에 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주호영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이 오면 체포동의 사유에 관해 법무부로부터 설명을 듣고 의원총회에서 보고할 것"이라며 "의원들은 각자 헌법기관으로서 자율적 판단을 하되, 우리는 여러 차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얘기했기에 그런 차원의 결정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하 의원은 국민의힘 당원들을 향해 "이번 사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우선 송구하다"며 "검찰의 주장은 많이 부풀려져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사오니 국회 체포 동의안 상정 시 저에게 온정을 베풀어 주시면 그 은혜가 바다와 같겠다"고 구명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내 여론은 싸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당원들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더불어 앞서 불체포특권을 지켜냈던 민주당과 다른 노선을 선택해 이재명 대표를 압박하는 카드로 쓰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장 대변인은 "그동안 민주당은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에 관해 두 차례나 부결을 해 왔다"며 "이번에 어떤 입장으로 사건을 바라보는지, 또 어떻게 표결할지 국민들께서 똑똑히 보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 의견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우상호 의원이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해 하 의원 체포동의안에 관해 묻자 "공천헌금 사건은 대표적인 정치부패 사건"이라며 "이게 사실이라면 아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대표에 대해서는 "약 300번의 압수수색과 핵심 증인 구속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대표가 부정부패에 연류됐다는 핵심 물증은 없다"며 "이 수사는 정적에 대한 굉장히 무리한 기소"라고 강조하며 다른 사안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달리 정의당은 불체포특권 포기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나섰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불체포특권 내려놓기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하 의원을 향해 "특권 뒤에 숨기보다 제대로 검찰 수사를 받고 모든 것을 명명백백히 밝히는데 협조해야 한다"며 "정의당은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번 체포동의안에 대해 찬성 표결을 할 것"이라고 당론을 밝혔다.
한편, 하 의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도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7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보좌관과 경남 지역 기초단체장 등에게 사무소 운영 경비 등의 명목으로 575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