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뿌리산업 지정 두고 업계 갈등 ‘촉발’
섬유‧염색업계 35년간 성장 둔화로 위기 기존 뿌리기업 “정부 예산부터 확대해야”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뿌리산업 지정 여부를 두고 업계 간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섬유업계와 염색업계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뿌리산업 지정을 요청했다. 기존 기업들는 뿌리산업 대상만 늘어나고, 예산 확대가 정비례하지 못하다는 점을 바탕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뿌리기술은 제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기반 공정기술과 사출 프레스, 정밀가공 로봇, 센서 등 제조업의 미래 성장 발전에 핵심적인 차세대 공정기술을 뜻한다. 완제품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제품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과 공정을 담당하고 있다.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련 업종을 뿌리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섬유‧염색업계의 뿌리산업 지정은 지난해 9월부터 공론화됐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작년 9월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당시 섬유‧염색산업을 뿌리산업에 추가해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제조업에 기반하고 타 산업과 연계성이 높지만, 정부의 지원이 미비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섬유산업은 현재 위기와 직면했다. 지난 1987년 단일산업 최초로 100억달러 수출을 기록했음에 불구하고, 작년 섬유수출은 122억달러를 기록했다. 3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장률은 20%에 그쳤다는 뜻이다. 수익성도 난관이다.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4%다. 반면, 섬유산업의 영업이익률은 2.9%에 불과하다. 인력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섬유업계의 주장에 기존 업체들은 시큰둥하다. 뿌리산업 지정 대상이 늘어났음에 불구하고 지원 예산이 비례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예산은 크게 증가하지 않은 가운데, 업종만 늘어났기 때문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1년 제정된 뿌리산업법은 주조‧금형‧단조‧용접‧도금‧열처리 등 6개 기술 업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사출‧프레스, 정밀가공, 적층제조, 센서 등 8개 업종이 추가됐다. 같은 기간 예산은 8개 업종이 추가됐음에 불구하고 동결됐다.
일각에서는 양 측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책부터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섬유‧염색업계가 뿌리산업 지정을 원하는 이유로는 외국인 근로자와 연구개발(R&D) 지원 등이 꼽힌다”면서 “기존 업체들도 수령할 지원금이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갈등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최근 첨단 뿌리산업 육성책을 발표했지만, 현실적으로 기존 기업들과 진입을 원하는 업체들의 갈등을 해소하려면 예산 확대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뿌리산업 육성 의지를 발표한 만큼, 예산만 확대해도 기존 업체들의 새 업종 진입 반대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