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융당국 상생금융 압박에 ‘골머리’

이복현 금감원장, 국내 은행 현장 릴레이 방문 일제히 취약계층 지원책 내놔…고통분담 본격화

2023-03-29     김경렬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은행권이 상생금융 실천 소식을 계속 전하고 있다. 앞서 ‘성과급 잔치’로 금융당국과 여론의 압박을 받은 터라, 고통분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은행 현장을 릴레이 방문하는 상황에서 은행권은 금리인하, 수수료 면제 등 고객 혜택 보따리를 풀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3일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BNK부산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을 차례로 방문했다. 30일에는 우리은행을 방문한다. 이 원장이 은행권을 찾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취약계층 지원을 통한 상생금융을 독려하기 위해서로 보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9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을 방문하면서 “국민은행의 지원 방안 발표는 시의적절하다. 지원책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며 “가계대출 모든 상품의 대출금리 인하는 고금리 시대에 국민 경제 어려움을 함께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이 내놓은 상생금융 지원책은 가계대출 전 상품의 금리를 낮춰 연간 1000여억원 이상의 이자 경감 혜택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이달 중순에는 전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최대 0.5%포인트(p)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도 국민은행은 제2금융권 대출 전환 상품인 ‘KB국민희망대출’을 출시했다.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신용대출 전체의 금리를 내리고, 저신용 취약차주의 은행권 진입을 통한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KB국민희망대출은 금리를 연 10% 미만으로 제한하고, 차주의 재직기간·소득 요건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대출 규모는 5000억원이다. 신한은행도 지난주 상생금융 확대 종합지원안을 발표했다. 가계·기업 고객에게 이자비용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가계대출 신규·대환·연기 고객 등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4%p, 전세자금대출 금리 0.3%p, 일반 신용대출 금리 0.4%p, 새희망홀씨대출 금리 1.5%p를 각각 인하한다. 신한은행은 금리 인하를 통한 이자지원 규모가 1000억원 정도일 것으로 내다보고, 여기에 소상공인·중소기업 고객에게 623억원 수준의 금융비용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도입한 ‘주담대 이자유예·기한연장 프로그램’은 지난주까지 5900여명 고객에게 약 8700억원을 지원했다. 하나은행 역시 금융지주 차원에서 취약차주 지원을 장려하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1주년 임원간담회를 통해 “고금리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차주를 위해 금융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자와 수수료 결정체계를 원점 재검토하라”며 “금리인하요구권도 적극적으로 수용해달라”고 직접 지시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의 신규 취급 금리를 최대 1%p 인하해 약 4만명에게 금리인하 혜택을 제공했다. ‘햇살론 15’ 고객에는 대출 잔액의 1% 상당 금액을 캐시백 해주기로 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취지의 안심 고정금리 특판 대출도 선보였다. 이러한 정책은 각종 이익을 줄여 취약계층의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다만 역대급 실적을 거둬들였던 은행권 입장에서 달갑지 만은 않다. KB·신한·하나·우리은행의 이자이익은 32조8467억원으로 전년(26조4129억원) 대비 24.3% 증가한 수준이다. 제로금리 시장에서 유입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자수익이 급격이 불어난 결과다. 이자이익은 지난해 1조원 가량 급감한 비이자이익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그룹 성장을 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