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통신 3사, 오픈랜 R&D 경쟁...글로벌 생태계 키운다

글로벌 연합체 '오랜 얼라이언스' 참여…기술협력 박차 오픈랜 시장 연평균 64.4% 성장…2028년 29조로 예측

2023-03-29     신지하 기자

매일일보 = 신지하 기자  |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오픈랜(개방형 무선 접속망)' 생태계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픈랜은 기지국 등 이동통신 장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 장비 간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해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가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통신사들은 오픈랜을 통해 통신장비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랜은 네트워크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통신장비의 파편화를 방지하기 위해 통신 사업자를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2018년 2월 AT&T, 차이나모바일, 도이치텔레콤, NTT도코모, 오렌지 등 5개 사업자를 중심으로 시작된 '오랜 얼라이언스(O-RAN Alliance)'는 현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비롯해 국내외 이동통신 사업자와 장비제조사, 연구기관 등 300여개 회원사가 참여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통신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휴대폰·노트북 등 기기를 통신사업자의 기지국과 연결하는 '무선접속망(RAN)'을 통해 코어망에 접속하는 등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지금까지 기지국 장비 내부 인터페이스가 개방되지 않아 동일한 장비 제조사의 장비로만 RAN을 구성했다. 오픈랜은 동일한 장비 제조사의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를 활용해서만 운영됐던 RAN을 각기 다른 제조사의 장비를 이용해서도 네트워크 구성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오픈랜이 상용화되면 통신사업자는 비용 절감과 유연한 네트워크 구성이 가능하며, 이용자 측면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픈랜 상용화를 위해 논의되는 네트워크 진화 방향은 △개방화 △가상화 △지능화 등이다. 이는 각각 개방형 인터페이스, RAN 가상화 및 클라우드화, 지능형 RAN 컨트롤러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추세다. 네트워크 개방화를 위해 논의되는 '개방형 인터페이스'는 서로 다른 제조사 장비간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다. 기존에는 제조사별 자체 인터페이스를 사용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제조사 장비 간 호환이 불가능했지만, 오랜 얼라이언스가 표준화를 추진 중인 개방형 인터페이스에 맞춘 장비라면 제조사와 상관없이 연동이 가능하다. 'RAN 가상화'는 RAN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을 소프트웨어 형태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는 현재 전용 장비 형태로 제공되는 기지국 장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범용 서버에 기지국 소프트웨어를 구현한다. RAN 가상화가 이뤄지면 소프트웨어 중심의 가상화 기지국을 통해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네트워크 구성이 가능하다. 'RAN 지능화'는 AI, 머신러닝 등 기술을 활용해 네트워크를 자동으로 운영 및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네트워크가 진화되고 RAN 지능화 기술이 활용되면, 통신사업자는 상황에 맞게 RAN을 최적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지국 장비간 간섭을 제어하거나, 고객의 상황과 서비스 요구사항에 맞게 기지국 설정을 자동 변경하는 등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글로벌 오픈랜 시장 규모는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리포터링커에 따르면 세계 오픈랜 시장 규모는 연평균 64.4% 성장해 오는 2028년에는 231억달러(29조8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헌
국내 통신 3사도 오픈랜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2일 자사 분당 사옥 내에 국내 중소기업과의 오픈랜 기술 협력을 위한 5G 오픈랜 인빌딩(실내) 실증망을 구축했다. 실증을 마친 5G 오픈랜 기지국은 기존 오픈랜 장비보다 전력소모를 줄이고 기지국 용량을 개선했다. 장비 크기도 기존 중대형 서버에서 실제 기지국 수준으로 소형화했다. SK텔레콤은 이번 실증 외에도 지난해 오픈랜 얼라이언스가 주최하는 '플러그페스트' 행사에 주관사 자격으로 참여, 오픈랜 규격을 준수하는 기지국 장비에 대한 다양한 실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노키아와 함께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의 오픈랜 가상화 기지국을 상용망에 설치, 필드 시험을 통해 안정적인 5G 서비스 속도 및 커버리지 성능도 확인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앞으로도 오픈랜에 대한 활발한 실증 활동을 통해 다가 올 오픈랜 시대를 준비하는 한편, 국내 중소 제조사들과 함께 협력을 지속해 국내 오픈랜 생태계를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T는 일본의 NTT도코모와 오픈랜 기술 협력에 나섰다. 지난달 열린 MWC에서 KT는 NTT도코모와 소프트웨어 기반의 가상화 기지국(vRAN) 등 오픈랜 기술 협력을 논의했다. 양사는 △가상화 기지국 성능 검증 △오픈랜 시스템 검증 △오픈랜 생태계 확장 등에서 협력 내용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KT는 이번 협력으로 NTT도코모와 함께 가상화 기지국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술을 검증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오픈랜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KT는 지난해 1월 NTT도코모와 서울 서초구 KT 융합기술원에 다양한 제조사의 기지국 장비를 연동해 시험하는 오픈랜 테스트베드도 구축했다. 테스트베드에서 자체 개발한 5G 기지국 장비의 연동에 성공해 멀티벤더 연동 기술을 확보하는 등 NTT도코모와의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KT는 오랜 얼라이언스 창립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에는 국내 5G 무선망 환경을 반영한 오픈랜 연동 규격을 제안해 국제표준을 획득한 바 있다. KT 관계자는 "계속해서 오픈랜 기술을 발굴하는 등 다양한 기업과 상생 및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오픈랜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글로벌 제조사 및 사업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지난 2021년 LG유플러스는 국내 최초로 상용 환경에서 다양한 오픈랜 솔루션을 검증했다. RAN 지능화를 위한 장비인 지능형 컨트롤러(RIC) 기술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검증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통신장비사들과 오픈랜 규격에 기반한 스몰셀 인빌딩 솔루션으로 실내 이동통신 서비스를 구현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MWC 2023을 앞두고 글로벌 IT 기업인 델 테크놀로지스와 RAN 가상화를 위한 연구·개발 협력 강화를 약속했으며, MWC 현장에서는 노키아·삼지전자와 상용망에서 이종 사업자의 장비가 연동될 수 있는지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배드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IT 장비 제조사인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와는 AI를 활용해 네트워크 운영을 효율화 할 수 있는 자동화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오픈랜 상용화를 위해 각종 네트워크 기술 개발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라며 "현재 협업 중인 제조사와 사업자들과 공동 연구를 확대하고, 상용망 검증 등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