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운용사 채권 ETF로 활로 모색

투자자 ‘안전자산’ 선호 이어지자 앞다퉈 상품 출시

2023-03-30     홍석경 기자
금리인상에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영업환경 악화로 어려움이 커진 우리나라 자산운용사들이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이자수익과 함께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채권형 ETF에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운용사들도 앞다퉈 관련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 규모는 지난 27일 기준 89조540억원으로 1년 전(73조1065억원) 대비 21.8% 늘었다. ETF 순자산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식형 ETF의 순자산액은 44조5029억원으로 전년 대비 0.87% 증가한 반면, 채권형 ETF순자산액은 1년 전 9조7657억원에서 최근 16조2596억원으로 66.5% 급증했다. 특히 중형 운용사 중심으로 채권형 ETF 비중을 늘리고 있다. KB자산운용의 경우 채권형 ETF 비중이 1년 전 29.6%에서 올해 41.6%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5.4%에서 올해 31.2%로 늘었다. 이밖에 신한자산운용(38.5%), 키움투자자산운용(38.1%), 한화자산운용(31.2%)도 채권형 ETF 비중이 높다. 지난달 신규상장 ETF 7개 중 6개는 채권형 ETF였다. 히트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올해 출시한 ‘ARIRANG 종합채권(AA-이상) 액티브’와 ‘ARIRANG 국고채30년액티브’은 출시 이후 순자산총액이 각각 4853억원과 1410억원 늘었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K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BSTAR KIS국고채30년 Enhanced’ ETF는 연초 이후 8.8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상장된 채권형 ETF 89개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투자업계에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장기채는 지난해 가격이 급락해 시세차익을 노리기엔 단기채 대비 기대 수익률이 높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인해 고강도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채권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로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 전망도 낮아질 것”이라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우려도 완화되는 만큼 채권 투자 기회로 활용할만 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초장기 국채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수세가 이어지자, 증권사나 운용사 모두 채권 영업과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상황”이라고 했다.